고교 중퇴 후 사회에 나와, 가진 거 없어도 기죽지 않고 살아
1997년 '비트' 이후 '우왕좌왕하는 못난 청춘' 대변하며 '흙수저 청춘'들의 전위에 서다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에서 생계형 비리 형사 한도경으로 호평
"인생 다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니 스트레스 없어"
청춘은 머물지 않고 흘러가거나 떠나간다. 대부분 청춘은 질주하거나 어긋나지만, 때로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처럼 불우하게 제자리를 맴돌다가, 불현듯 등을 돌려 가버린다. 강 건너 착잡한 중년의 세계로, 훅 우리 등을 떠밀고는.
그 과정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의 노랫말처럼 ‘또 하루 멀어져간다'거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하는 자각도 없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우리는 잠시나마 내게 곁을 내주었던 청춘이라는 놈을 두고두고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임스 딘이 영원한 청춘의 표상으로 남은 것은 그가 24살에 자동차 사고로 요절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어떤 청춘의 표상이 있었던가.
다들 자기 세대만의 우상이 있어 가령 60년대엔 가죽점퍼 입은 신성일이, 90년대엔 은테 안경을 쓰고 랩을 하던 서태지가 영웅일 수 있겠으나, 세기 말에서 신세기로 이어지도록 여전히 강렬한 청춘의 ‘표상'으로 작용하는 사람은 정우성이 아닌가 한다.
그토록 잘 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정우성은 ‘비트'와 ’태양은 없다'와 ’똥개'로 이어지는 영화에서 ‘우왕좌왕하는 못난 청춘’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흙수저 청춘’들의 전위에 섰다.
그 자신, “쓴물에서 단물이 살짝 배어있던 청춘 시절을 잊기 힘들다"고 정우성은 자주 말했다. “한동안 잊었고 잊으려고 노력했어요. 내가 왜 이렇게 청소년기에 집착할까? 그럴 필요 없는데. 그러다가 내 마음을 다시 해석할 수 있다면, 청소년기를 내동댕이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더군요.”
때로 애착의 대상이 없었던 길거리 청년들은 그를 '형처럼' 따랐다. "형! 저 형 오토바이 타는 거 흉내 내다 다리 여러 번 부러졌어요." "형, 저 담배 형한테 배웠잖아요."
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우성은 어릴 때 단칸방에 혼자서 TV 서부극 총잡이를 보고 꿈을 키우던 시절이 떠올라, '부디 바른 마음으로 살자' '좋은 형으로 살자!'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했다.
문득 궁금해진다.
‘나에겐 꿈이 없다'며 터널 속에서 오토바이의 핸들을 놓았던 ‘비트’의 민이는 자라서 어떻게 되었을까?
빚 독촉받는 뺀질이 친구(이정재)와 압구정동 한복판 보석 가게를 털었던 ‘태양은 없다'의 헝그리 복서 ‘도철이는 어떤 사내가 되어 있을까? ‘녹색 추리닝에 청 카바’ 걸치고 변두리 백수로 시간을 죽이던 ‘똥개'의 철민이는 어떤 중년이 되었을까?
정우성이 ‘비트'의 김성수 감독과 15년 만에 의기투합에서 만든 영화 ‘아수라'는 재개발 도시를 배경으로 5인의 악인이 서로를 압박하고 협박하며 ‘누가 더 악한가'를 경연하는 ‘지옥의 묵시록'이다.
결과는 전멸이다.
악을 표현할 때마다 ‘리드미컬하게 건들거리는 육체'로 흥에 겨워 접신하는 ’빅브라더’ 황정민(악덕 시장 박성배 역), 공간을 육박하는 하중 강한 육체와 바리톤 육성으로 폭력의 낙수 효과를 배가시키는 곽도원(폭력 검사 김차인), 그리고 정우성을 선망하고 넘어서려다 인생 ‘조지는’ 청년 주지훈(형사 문선모 역) 사이에서 정우성은 일종의 ‘연결자' 역할을 한다.
영화 속에서 정우성은 뒷골목으로 병원으로 장례식장으로 취조실로 끝도 없이 끌려다니며 때리고 맞는다. 그렇게 누아르 조명 아래서 선명하고 아름다웠던 그의 육체는 번지고 터지고 이지러진다.
“다 죽여주겠어!” 마치 그동안의 슬럼프를 한풀이하듯 총과 도끼와 톱과 회칼로 인간 신체를 잔인하게 난도질하는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판에서 정우성은 충복처럼 그를 따른다.
그 결과 ‘부당거래' ‘베테랑'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내부자들' 등 언젠가부터 터프한 남자들이 떼로 모여 서열을 가르는 영화 비즈니스판에서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은 패거리 영화의 최종 승자가 된 것처럼 보인다.
나른한 ‘청춘의 표상’으로서 정우성은 그렇게 현실에 무릎꿇고 사라진 걸까?
정우성을 만났다. 매끈한 감색 스웨트셔츠에 깡충 바지, 페리에 한 병을 들고 경쾌하게 계단을 올라오는 그를 보니, 그 ‘현실적 초현실성’에 잠시 현기증이 일었다(15년 동안 여러 번 그를 만났지만, 한결같은 증상이다).
장동건과 원빈같은 부류가 스스로 잘 생긴 외모를 겸연쩍어 하는데 비해, 정우성은 “그 마음 다 아니 편하게 보고 즐기라"는 관대한 매너를 보여준다. 잘 생긴 사람이 잘생긴 것을 자각하고도 거만하거나 대인기피증 환자처럼 굴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인격이다.
-늦으셨군요!
“(씨익 웃으며)어젯밤 싸나이 픽처스(‘아수라' 영화 제작사 사나이 픽처스를 말함)에서 목 좀 축이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멋진 승리의 전쟁을 치른 전우들과 함께! ”
-사나이들의 만남이라 영화 현장에서도 목축일 일이 많았겠습니다.
“박성배(황정민), 김차인(곽도원), 문선모(주지훈)... 현장에 오는 사람들을 맞으려면 아무래도. 우리 모두 촬영 현장에서 이 악물고 부끄럽지 않게 임했어요. 서로가 그런 모습을 봤기에 시간을 보낼수록 신뢰와 존중이 쌓였습니다.”
-불교 용어인 ‘아수라’는 싸움이 그치지 않는 지옥으로, 교만과 시기심이 많은 사람이 죽어서 간다고 합니다. 본인이 출연한 영화 제목으로 ‘아수라'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요?
“맘에 듭니다. 처음 제목은 ‘반성'이었어요. 일종의 참회록이죠. 뒤돌아볼 줄 모르는 세상, 그러면서 피폐해지는 관계를 돌아보면서 제가 나레이션으로 회고하는 느낌이 강했지요.”
-반성은 누가 해야 합니까?
“등장인물 모두죠. 살만한 가치가 있는 놈이 하나도 없어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안면을 강타당할 때는 많이 아팠나요?
“아니요. 나름의 장치를 했죠(웃음). 다만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가 느껴지더군요.”
-본인의 강한 눈빛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예사롭지 않아서 상대를 압도할 때가 있습니다만.
“제가 힘을 줘서 보는 것도 아닌데 건방져 보인다는 말을 오랫동안 들었어요. 20대 때는 “눈에 힘만 준다"라고 연기로 비난도 받았고요. 그런데 전 눈에 힘을 주는 게 아니라 그냥 이런 눈빛을 타고난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게 그런 평가는 상처가 됐어요.
그러다 보니 과거엔 ‘눈 연기’가 부담으로 작용할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신경 안 씁니다. 다행히 이번 영화에서 ‘눈에 힘이 들어갔다'는 말은 안 들었어요(웃음).”
-영화 속에서 주지훈은 당신을 따르는 후배 형사였다가, 악덕 시장 밑으로 들어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악에 감염됩니다. 당신과 그의 관계가 대단히 인상적이더군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저를 잘 따랐어요(웃음). 아무래도 ‘비트' 세대니까, “우성이 형 너무 좋아요."하면서요. 지훈이는 유연하면서 불안한 친구라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눈에 밟힙니다.”
-위로든 아래로든 남자들과 잘 지내는 비결이 뭔가요?
“뒷골목 정서라고 아세요? 한때 뒷골목에서 살았던 남자들끼리 그 청소년기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청소년기에 수컷끼리 모여 서로 권력과 서열을 정하고… 그 안에서 서서히 어떻게 생존해야 되는 지 배우게 되죠.”
-그러니까 관계의 비결은...
“저는 강한 수컷을 볼 때 즐거워요(웃음). 강한 수컷을 상대하다 보면 내가 더 강해지는 것 같거든요. 물론 배우로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있기 때문에 먼저 제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대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서로 죽고 죽이는 아수라가 되었을까요? 당신은 악(惡)과 악((惡) 사이에 끼여서, 자기 분열적인 모습을 보이더군요.
“제가 맡은 캐릭터는 이 사회의 중간에 끼어 있는 40대입니다. 안남이라는 가상의 도시 살며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죠.”
-당신이 맡은 생계형 비리 형사 ‘한도경'은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와 폭력 검사 김차인(곽도원) 사이 끼여 헉헉댑니다. 게다가 말기 암 환자로 오늘내일하는 아내의 병실에서 살면서요. 끔찍합니다. 끔찍해요. 그래도 막판에는 뭔가 해결하려는 듯 보이였어요.
“극한의 몸부림이었죠. 저를 조종하는 두 악인을 대면시키는 것 정도가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치였어요.”
-그래도 일말의 반성의 기미가 보였습니다.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제겐 아내라는 거울이 있었으니까요. 괴롭지만 그 거울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본 거죠. 그래서 양심을 완전히 상실할 수는 없었어요.”
-재개발 이권 쟁탈로 얼룩진 안남이라는 도시에 사는 기분은 어땠습니까?
“(한숨을 쉬며)정말 피로했습니다. 그 도시는 거짓말이 거래의 수단이 되고 비양심과 비도덕이 용납되는 ‘고담 시'와도 같았어요. 피로감과 폭력에 자연스럽게 노출이 돼 있고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도시예요. 고담 시는 배트맨이 지켰는데, 안남시에는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박쥐 한 마리가 날아다니죠(웃음).”
-이쪽저쪽 눈치 보며 박쥐로 사는 스트레스가 꽤 심했겠습니다(웃음).
“‘아수라'를 보시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스트레스를 느끼게 될 겁니다(웃음). 특히 40대 남자는 꿈을 가질 수도 없고, 책임져야 할 수많은 것들 때문에 마음껏 방황도 못 합니다. 그들이 사회적으로도 정점에 오르지 못하면 어떤 입장에 처하게 되는지 처절하게 느끼실 거예요.
-40대 한국 남자 정우성은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받고 삽니까?
“(웃으며)다행히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 아니에요. 잘 해소하며 긍정적으로 삽니다. 인생 다 내가 선택한 것의 책임이다, 싶으면 큰 스트레스가 없거든요.”
-커피숍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 영화계에 픽업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주적인 청소년기를 보낸 덕에 중년기의 스트레스가 덜한 걸까요?
“어린 나이에 사회에 나와서 나와 사회의 관계를 스스로 만들었어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 뭐든 내가 쟁취해야 했죠. 그게 정당했어요. 손에 쥔 게 없어도 기죽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기대하며 살려고 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나요?
“아니요. 믿음이라니요. 불안했어요. 생각해보면 쥐뿔도 없는 고집이었겠죠.”
-자수성가했으니, 세계가 완전히 악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거로 추측해봅니다. 그런 점에서 ‘아수라'의 어두운 세계에 선뜻 공감이 가지 않았을 듯 싶습니다만.
“공감이 안 됐죠. 머리도 명석하지 못한 놈이 이쪽저쪽 협박의 압박은 극심한데 탈출구는 없어요. 영화 속에서 저는 정말 주인공다운 멋진 삶을 살지 못해요. 그래서 이 어두운 텍스트 이면의 숨은 의미를 해독하고 싶어졌지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의 대사처럼 “우리 괴물은 되지 말자!" 정도… 아닌가요? 대체 이 피로 얼룩진 어두운 영화의 숨은 의미라는 게 뭔가요?
“촬영 첫날부터 저는 말도 못할 피로감을 느꼈어요.”
-피로감이군요.
“황 반장(사건 현장에서 돈다발을 서로 갖겠다고 육탄전을 벌이다 추락사한 선배 형사)의 장례 버스를 타고 앉아 있는데 그의 어린 아들이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걸어가요(영화에선 편집으로 빠진 장면). 차창 너머로 그걸 바라보는 데, 극심한 피로가 몰려왔어요. 그 뒤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규정할 필요가 없었지요.”
-판을 그렇게 독하게 설계한 건 감독이죠(웃음).
“크고 작은 악을 펼칠 수밖에 없는 그 판에서, 누군가는 악의 능력을 전지전능하게 소유했고, 누군가는 악의 준비 단계에 있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폭력의 낙수 효과는 점점 커지죠.”
-학창 시절에 강자와 약자 어떤 쪽이었나요?
“힘 있는 부류에 속했습니다.”
-이정재 씨와 함께 아티스트 컴퍼니를 차리고 더 큰 힘을 얻었습니까?
“저한테 큰 힘이죠. 죽 혼자만 있다 서로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생겼으니까요. 부담도 함께 나누고, 둘이 모여 사업적 시너지도 생기니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회사 경영자로 신인 배우를 영입할 때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봅니까?
“인성이요. 현장에서 관계 맺는 게 이 일의 거의 전부죠. 그다음 얼마나 치열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어떤 사람을 혐오합니까?
“존중을 모르는 사람을 혐오합니다. 상대를 보지 않고 이기적으로 자기 욕심만 차리는 사람이지요. ”
-어린 시절 단칸방에서 혼자 TV의 ‘서부의 총잡이'를 보면서 정의로운 영웅을 꿈꿨다고 했어요. 이번 영화에선 형사인데도 총을 뺏기고 놓치고 실수가 잦더군요. 여하튼 정의로운 영웅의 꿈은 어디로 갔나요(웃음)?
“(웃으며)영웅이요? 한국 사회에서 영웅은 국민이죠. 이 짧은 역사에 압축 성장과 독재의 시절을 지나 국민이 어떻게든 ‘다른’ 국가를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젊은이들에게 좋은 형이 되고 싶다는 소망은 여전한가요?
“그럼요. 좋은 형이 비단 착한 형은 아닐 거예요. 편치 않지만, 쓴소리도 할 줄 알고, 매사에 솔선수범해야 할 테고요.”
-차기작으로 조인성과 ‘더 킹'을 촬영했는데, 그와는…
“좋은 형이었어요. 좋은 선배의 모델을 봤다고 인성이가 그랬어요(웃음). 정말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나와서 패거리들과 정말 잘 놀더군요.
“마음껏 즐겼어요.”
-외모에 대한 발언이 지겹지는 않습니까?
“이제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요. “생긴 게 중요한가요" “부모님께 감사하죠" 이런 판에 박힌 말보다 유머로 받아칠 수 있게 됐죠.”
-부모님은 아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뿌듯하게 보십니다.”
-어떤 면을 뿌듯해하시지요?
“아무것도 못 해줬는데 제힘으로 일어서서 가족을 책임지고 있으니까요. 능력 있는 자식이 가족을 책임지는 건 당연한 거예요.”
-20년 전 ‘비트'로 정우성이라는 배우를 세상에 알린 김성수 감독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좋은 형입니다(웃음). 형님이 인생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저는 시나리오도 안 보고 출연한다고 했죠. 그분은 어린 제게 영화 작업의 묘미를 가르쳐주셨어요.”
-그분에게 또 무엇을 배웠나요?
“타협하지 않는 자세요. “이 정도면 됐어”없이 끝까지 갔어요. 그분 자신, “마지막 영화다.” 생각하며 찍으니 에너지가 용광로처럼 뜨거웠어요. 20년 전 영화지만 ‘비트'는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아요. 그 세련됨의 원인은 결과물에 한 치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는 치열한 자세였던 거죠.”
-이 세상이 ‘아수라’ 지옥 같은 세상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미없는 질문이군요(웃음). 지금을 상실의 시대라고 하죠. 양심, 정의, 도덕, 꿈 이런 덕목이 다 상실된 시대. 이런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를 하나만이라도 파악하려면, 상대를 지그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강한 눈빛으로 지그시 바라보며) 내가 아닌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 그런 사회가 돼야죠.”
마지막으로 그는 부드럽고 슬퍼 보이는 미소를 띠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나를 통과해 저 너머의 다른 이들에게 닿는 간절한 모스 부호 같았다. 어딘가에 있을 우리 시대의 흙수저 청춘들 ‘민이나 도철이, 철민이’에게… 그 미소의 깊이에 현기증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