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직장 박차고 나와 유튜브 스타로… 뽀로로 제치고 '초딩 대통령' 됐네

입력 2016.10.01 03:00

기상천외한 영상 만들어… 유튜브 구독자 112만명 거느린 허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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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에 있는 자신의 ‘연구소’에서 만난 허팝이 트램폴린에 누워 장난감 총을 쏘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가 입고 있는 노란색 가운은 그의 방송 의상 중 하나. 보통 야구 모자에 노란 티셔츠나 노란 가운을 입고 동영상 촬영을 한다. 그의 초등학생 팬들도 그래서 그를 만나러 올 땐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온다고 했다. /조인원 기자
노란 티셔츠를 입은 청년이 거대한 튜브식 실내 수영장에 슬라임 가루(slime powder·점액질을 만들어내는 가루) 100봉지를 마구 쏟아 붓는다. 물을 잔뜩 넣고는 그 속으로 점프해서 휘적휘적 헤엄친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가루와 물이 섞이고 금세 물이 끈끈해진다. 수영장 물이 젤리처럼 변한다. 청년이 외친다. "으악, 액체 괴물이 완성됐다!"

어른들은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 것이다. 초등학생·중학생들은 그러나 이 장면 앞에서 "나도 한번쯤 꼭 해보고 싶었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이 청년 이름은 허팝(본명 허재원·28). 만화영화 주인공 '뽀로로'를 제치고 최근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등극했다고 해서 그의 또 다른 별명이 '초통령' '허통령'이다. 동영상 포털 사이트 유튜브에서 '허팝'이라는 이름으로 채널을 운영하며 매일 꾸준히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는 일을 한다. 이 채널 구독자는 현재 112만명이 넘는다. 이 액체 괴물 수영장 동영상의 조회 수는 2000만을 넘어섰다. 거느린 구독자 수와 인기도를 따져보면, 현재 2000여 팀 정도 활동하고 있다고 알려진 국내 유튜버 중에서도 그는 최고 수준이다. 허팝은 이제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한 달에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의 초봉보다 많이 번다.

지난달 초 경기 안산에서 허팝을 만났다. 그가 매일 출근해 동영상을 찍어 올린다는 '허팝 연구소'가 있는 곳이다. 100여 평 정도 되는 컨테이너 건물에서 허팝이 'Heopop'이라고 새겨진 야구모자를 쓰고 빼꼼 얼굴을 드러냈다. 아직 두 뺨에서 여드름 자국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20대 청년이었다.

'초통령'이라 불리는 청년

―이곳 연구실로 매일 출근하나?

"그렇다. 서울 집에서 매일 오전 10시 여기로 출근한다. 퇴근은 때마다 다르다. 밤샘 작업할 때는 여기서 자기도 한다."

―매일 혼자서 촬영하나?

"직원을 다섯 명 정도 뽑았다. 이들하고 같이 하루 세 편 또는 네 편 정도 동영상을 찍어서 올린다. 그야말로 눈 뜨면 찍고 편집해서 올리고, 밥 먹고 찍고 편집해서 올리고, 이런 식이다. 말 그대로 내겐 이게 일이고 직업이니까."

허팝이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활동을 시작한 건 작년 4월이다. 이제 1년 반쯤 된 셈이다. 허팝은 "이 일을 하기 전엔 그저 열심히 돈 모아서 호주로 유학 가고 싶었던 평범한 대학 졸업생이었다"고 했다. 부산에 있는 대학에서 연예산업경영학을 전공했고 공연 기획자가 되고 싶어 여기저기 기웃거렸지만, 어딜 가나 돈 버는 게 그리 쉽진 않았다. 그렇게 근근이 번 돈을 모아 캠코더와 노트북을 하나 샀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왔다.

서울에선 한 쇼핑몰 회사 배송 기사로 취직해서 3개월을 일했다. 일하는 틈틈이 생각나는 대로 '허팝'이라는 이름으로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허팝은 그가 고교 시절 힙합 동아리 활동을 할 때 '허씨가 힙합을 한다'고 해서 얻은 별명이다. 그러던 어느 날 CJ E&M에서 연락이 왔다. 동영상 콘텐츠 사업의 일종인 MCN(Multi-Channel Networks) 사업을 위해 '다이아TV(DIA TV)'라는 걸 만드는데, 허팝이 동영상 만드는 데 집중하도록 도와줄 테니 제휴하자는 얘기였다. 허팝은 "처음엔 보이스피싱 같은 전화인 줄 알고 몇 번이고 그냥 끊어버렸다"고 했다. CJ 측은 "꾸준히 콘텐츠를 찍어 올릴 수 있는 부지런함과 열정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모으는 데 역량을 집중하던 때였다"고 설명했다. 허팝은 그렇게 DIA TV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이들로부터 스튜디오도 빌려 쓸 수 있게 됐다. 허팝은 "그때부터 정말 하고 싶은 걸 해보겠다고 생각했고 사표도 냈다"고 했다.

―정말 하고 싶었다는 게 대체 뭘까.

"어릴 때부터 과학·수학 수업을 정말 좋아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실험을 참 좋아했고. 엄마가 집이 더러워질까 봐 못하게 했던 각종 실험을 한번 마음껏 해보고 싶었다. 회사에서 3개월 동안 일해서 번 돈으로 새 카메라와 재료를 얼마간 사서 동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허팝
과산화수소에 요오드화칼륨, 주방용 세제를 섞어 거품을 빚어낸 ‘코끼리 치약’ 실험. /유튜브 캡처

허팝은 23L 비눗물로 초대형 비눗방울을 만들어 보기, 과산화수소와 요오드화칼륨, 주방용 세제를 섞어서 어마어마한 거품을 빚는 이른바 '코끼리 치약' 만들기, 풍선껌 100개를 온 몸에 붙이고 벽에 달라붙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같은 실험을 계속 해나갔다. 기상천외한 실험이 계속될수록 어린이 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허팝 동영상에 제일 먼저 댓글 달기' 경쟁이 붙었을 정도다. 허팝은 "새로운 동영상을 올리면 순식간에 2000건 정도 댓글이 달린다. 지금까지 올린 동영상이 1000건 정도 되는데, 이 모든 동영상에 댓글이 하나씩만 더 달려도 1000건이 늘어나는 거다. 댓글이 하루에 몇 건씩 늘어나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허팝의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에도 매일 수백 건 메시지가 빗발친다. 허팝은 "도저히 다 확인할 수가 없어서 하루 30분 정도 시간을 정해놓고 딱 그때 눈에 들어오는 메시지만 읽는다"고 했다.

―어떤 내용이 제일 많던가.

"'이런 동영상 제작해달라'는 부탁이 대부분이다. 어린 친구들 아이디어가 정말 기발하다. 페트병으로 배를 만들어서 한강을 건너달라는 친구도 있고, 레고로 비행기를 만들어서 하늘을 잠깐이라도 날아보라는 친구도 있다. 콜라랑 어떤 민트 사탕을 섞으면 팍 터지는데, 그 힘을 이용해 자동차 엔진으로 활용해보라는 아이디어를 준 친구도 있어서 한번 해봤다가 실패한 적도 있다."(웃음)

―학부모 항의도 많았겠다.

"처음엔 정말 많았다. 허팝 때문에 아이가 이상한 장난만 치려고 한다면서. 조회 수와 구독자 수가 늘어갈수록 아무래도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가스나 불로 하는 실험은 그래서 이제 안 한다. 점점 더 스케일이 큰 실험 위주로 보여주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렇게 큰 규모의 실험은 어린이들이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없을 테니까. 요새는 부모님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보내준다.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을 재밌게 보여주는 영상 같은 것도 그래서 고민해보고 있다."

허팝
커다란 튜브 수영장에 드라이아이스를 가득 채워놓고 헤엄치는 장난을 보여준 ‘액체 괴물 드라이아이스’편. /유튜브 캡처
한 달 수입이 대기업 초봉

허팝의 일상은 매우 단순하다. 눈 뜨면 안산으로 와서 영상을 찍고, 점심엔 직원들과 도시락을 먹는다. 밤늦게까지 편집하고 집에 간다. 저녁에 친구들과 만나 노는 일은 많지 않다. 허팝은 "술도 많이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운다. 이렇게 실험하는 동영상을 찍으며 사는 게 내 삶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이것도 반복되면 결국 노동 아닌가.

"아직까진 그래도 재미있다. 주말에 쉬는 게 오히려 지루할 정도로."

―부모님은 뭐라고 하셨나.

"실은 CJ에서 연락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을 때 거짓말을 했다(웃음). CJ에 취직하게 됐다고. 내가 우리집 막내아들이다. 부모님은 '우리 막내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고 크게 감격하시며 내게 양복 사 입으라고 돈을 보내주셨는데, 나는 그 돈으로 영상 장비를 사들였다(웃음). 한 달 뒤쯤 어머니가 불쑥 내 영상 중 한 장면을 담은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이게 네가 하는 일이냐'고 물어보셨다. '그렇다'고 했더니 대꾸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연락이 없으셨다. 요즘에는 그래도 좋아하신다(웃음). 사람들 만나면 '우리 아들이 지난주에 찍어 올린 것 봤냐'고 물어보신다더라."

―갑자기 너무 많은 돈을 벌게 됐는데.

"회계사에게 모두 맡겨 관리한다. 안산에 작업실을 낸 것도 세금을 50% 정도 감면받을 수 있다는 조언을 받은 결과다."

―온종일 영상을 찍고 인터넷을 해야 한다. 가끔 그러다 현실의 나를 보면 문득 괴리감을 느낄 때는 없나.

"아주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문득 아무것도 찍기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날이 찾아온다. 그럴 땐 그냥 무작정 쉰다. 응원하는 댓글을 찾아 읽기도 한다. 그런 댓글이 뜻밖에도 꽤 큰 힘이 된다."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날까지

가끔 촬영하다 지칠 때면 허팝은 종종 다른 나라 유튜버들의 동영상을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나 혼자서만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내가 절대 쫓아갈 수 없는 대단한 사람들이지만, 가령 일본 최고 크리에이터로 꼽히는 히카킨이나 영국 수리공 출신의 콜린 퍼즈 같은 사람들…. 이들은 온갖 기괴한 발명품을 만들고 놀라운 실험을 한다. 집을 폭약으로 날려 버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살짝 나는 정도의 퍼포먼스를 구현해낸다. 언젠가는 꼭 이들을 능가하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흔히들 유튜버는 젊은이들이 '반짝 재미' 삼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유튜버야말로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나는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그 아이와 실험하는 영상을 찍어 올릴 수 있고, 할아버지가 되면 손자와도 할 수 있다. 평생 이렇게 콘텐츠를 쌓다가 말 그대로 '허팝'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가 되어 흙에 묻혔으면 좋겠다. 나중에 돈이 아주 많이 모이면 그땐 땅도 사고 건물도 올려서 허팝 아카데미, 허팝 기숙사까지 짓고 싶다. 놀러 오는 어린 친구들 모두 모아서 다 같이 실험하고 그걸 영상으로 찍어 올리고 다 같이 캠핑하고 먹고 자고 한다면…. 꽤 근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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