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훙샹… 단둥에만 그런 企業 15개쯤 있다

입력 2016.09.29 03:00 | 수정 2016.10.04 22:40

[中國을 움직인 美 '이란식 對北제재'… 훙샹 사례 더 찾아내야 北 치명타]

- 두 손 들게 한 '이란식 제재'
이란 중앙銀과 거래하는 외국銀, 美 금융시스템에서 퇴출
이란, 3년만에 핵포기 선언

- 제2, 3의 훙샹
바오화, 컨테이너 보세창고 운영… 北 서해 조업권 중개해 돈 벌어
르린그룹은 단둥항 보유… 北 가는 중국배, 르린 손 거쳐야

지난 2005년 미 재무부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에 있던 김정일 통치자금 2500만달러를 묶어버렸다. 북한이 BDA를 통해 불법 자금을 세탁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당시 북한은 "피가 얼어붙는 것 같다"는 말로 고통을 드러냈다. 미국의 대북 제재 중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1년 12월 오바마 대통령은 핵 개발을 하던 이란의 '돈줄'인 석유 수출을 옥죄기 위해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외국은행을 미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란 석유 수출 대금은 이란 중앙은행을 거쳐 처리되기 때문에 이 법은 사실상 이란산 석유에 대한 금수 조치였다. 결국 이란은 2015년 핵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미국의 '비군사적 압박'이 통한 사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이란에 우호적이던 중국의 쿤룬(崑崙)은행이 이란 은행 6곳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이 은행의 미국 내 영업을 중단시킨다고 발표했다. 이후 중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총자산 1848억위안(약 31조원)의 중국 14위 은행인 쿤룬이 휘청하는 것은 둘째 문제였다. 쿤룬은행 지분 82%를 보유한 중국 핵심 에너지 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까지 충격파가 미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CNPC의 총자산은 4조위안(약 670조원·2015년)에 달한다.

美에 딱 걸려… 中당국 제재도 받는 훙샹그룹 -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미국 ‘세컨더리 보이콧’의 첫 대상이 된 중국 단둥 훙샹그룹이 2014년 만든 사내 간행물 ‘훙샹지’(鴻祥記)의 표지에 대표 마샤오훙(馬曉紅)의 웃는 얼굴이 실려 있다. 훙샹그룹은 북한의 돈세탁 등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美에 딱 걸려… 中당국 제재도 받는 훙샹그룹 -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미국 ‘세컨더리 보이콧’의 첫 대상이 된 중국 단둥 훙샹그룹이 2014년 만든 사내 간행물 ‘훙샹지’(鴻祥記)의 표지에 대표 마샤오훙(馬曉紅)의 웃는 얼굴이 실려 있다. 훙샹그룹은 북한의 돈세탁 등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바이두
정부 외교 당국자는 28일 "북한 핵 개발을 비군사적 방법으로 중단시키려면 미국의 'BDA+대이란 제재' 모델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며 "북한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만이 북한을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고, 이런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라고 말했다. 'BDA+대이란 제재' 모델을 활용해 미국→중국→북한 순으로 제재 시스템이 가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미 행정부가 북한 돈세탁을 돕고, 핵 개발에 필수적인 산화알루미늄 등을 수출한 혐의로 중국 단둥의 중견기업 훙샹(鴻祥)그룹을 제재한 것은 'BDA+대이란 제재'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미국은 이란 때처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에 사실상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재의 두려움을 아는 중국은 불법 증거가 확실한 훙샹그룹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벌써 단둥시 공무원 수십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은 북한을 국제금융거래망(SWIFT)에서 아예 쫓아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훙샹 제재만으로는 김정은의 '핵 폭주' 의지를 꺾기는 어렵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단둥에만 해도 훙샹처럼 북한을 대신해 돈세탁을 해주고, 유엔 제재 물품을 은밀히 사주는 기업이 15~16개쯤 된다"며 "이런 기업을 찾아내 제재해 나간다면 북한은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단둥의 바오화(寶華)실업이라는 회사도 북·중 밀수로 기업을 키웠다고 한다. 훙샹처럼 대북 수출을 위한 컨테이너 보세 창고를 운영하며, 북한의 서해 조업권을 중개해 돈을 벌었다. 단둥 항을 보유한 르린(日林)그룹도 과거 북한과 거래가 잦았던 기업이다. 미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 르린은 지난 1월 4차 핵실험 직후 자발적으로 북한 선박 입항을 금지하기도 했지만, 북한으로 가는 중국 배는 단둥항을 거쳐야 한다. 단둥의 소식통은 "훙샹 외에 북한과 주로 거래하는 화운(貨運·물류)회사 2곳이 최근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이 중 한 회사의 대표는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훙샹그룹을 추적한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은 "우리 정부가 마음먹고 조사하면 (훙샹 외 중국 기업의 불법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우리 정보 당국은 단둥 일대 중국 기업의 의심스러운 대북 거래 정황 증거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국제 금융·무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북한은 중국 업체라는 '우회로'를 개발해 생존하고 있다"며 "제2, 3의 훙샹 사례를 찾아낸 뒤 미국과의 공조를 통한 중국의 대북 제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돈줄 차단과 '정보 폭탄' 투하, 인권 압박이라는 '3종 세트'를 마련한 상태다. 한 고위 탈북자는 "올해 초 미 구글 관계자가 북한에 '룬 프로젝트(애드벌룬을 띄워 인터넷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를 적용하는 방안을 물어왔다"며 "현재 북한에는 와이파이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 등이 수백만 대 보급된 만큼 무선 인터넷을 통한 '정보 폭탄'은 체재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키워드 정보]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키워드 정보] BDA사건이란 무엇인가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