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이론만 좇는 '새것 콤플렉스' 빠져"

    입력 : 2016.09.28 03:00

    - '한국 문학의 과잉과 결핍' 포럼
    당대 한국 문학 自省의 자리
    "상징의 과잉 나타나는 詩, 소설은 서사의 결핍이 문제"

    지난 23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한국 문학의 과잉과 결핍' 문학 포럼은 요즘의 시와 소설, 비평 각 분야 현실을 뼈아프게 진단하는 자성(自省)의 자리였다.

    사단법인 문학실험실(대표 이인성)이 주최한 포럼에서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는 "대부분의 시인이 유아론(唯我論:실재하는 것은 자아뿐이고 다른 모든 것은 자아의 관념이거나 현상이다)에 갇혀서 욕망의 운동이 시대의 동력과 충돌하는 지점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상징의 과잉과 알레고리의 결여가 현 단계 한국 시의 문제다"고 주장했다. 요즘 젊은 시인들이 자의식에 갇혀 시대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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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실험실이 주최한 포럼에서 발표한 평론가 김인환·조강석·백지은·정과리씨(왼쪽부터). /고운호 객원기자
    정과리 연세대 교수는 "한국 지식인들은 자신이 모범이 되길 바라면서 늘 바깥의 모범을 참조했다"며 서양의 새 이론을 쫓아다니는 '새것 콤플렉스'를 문제 삼았다. "새것 콤플렉스는 외부에 전범(典範)을 두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자기를 말소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비평가들이 서양 이론을 기준으로 삼는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마르크스-레닌-모택동으로 이어지는 사회주의 사상이 전범의 자리를 차지했다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포스트모던 이론가들이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푸코, 데리다, 리오타르, 보드리야르 등 프랑스 철학자들이 포스트모던 시대의 대변자로 초대되더니 곧바로 정신분석학자 라캉 전성시대가 왔고 이어서 들뢰즈, 지젝 이론이 성행하면서 전범의 교체 시기가 더 빨라졌다. 더구나 비평가들이 서양 이론 원전(原典)보다는 요약본을 먼저 읽고 몇몇 개념과 용어만 빌려 와선 이론을 한순간 써먹고 버릴 부품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한국 비평을 '외눈박이'라고도 했다. 비평가와 서양 이론 사이에 거리감도 없고, 비평가가 서양 이론에 동화되기만 하기 때문이다. "외눈박이에게는 나-그대만 있어서 입체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 제대로 서양 이론을 이해하고 풀이함으로써 자기 논리를 세우려는 분석 정신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조강석 인하대 교수는 2005년 이후 시를 조명하면서 "현재에 대한 열정이 없는 모호함이 스타일이 되고 사실성 부재가 난해함으로 간주되는 사례가 많아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소설을 분석한 문학평론가 백지은은 "시각적으로 선명한 스토리 전개보다는 언어와 문체의 독특한 사용에 의존한다"고 했다. 한국 소설이 문체의 과잉과 서사의 결핍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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