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창] 내부와 외부, 그리고 경계

  •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입력 : 2016.09.28 03:05

    문제 해결하는 첫번째 단계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복잡한 현실 문제 이해할 때도 내부와 외부 경계 설정 잘해야
    중요한 것 배제하는 오류 없이 정확한 해결책 내놓을 수 있어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물리학자 파인만이 이용했다고 일컬어지는 일반적인 문제 해결 알고리듬이 있다. 숙지하면 이 방법으로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 독자들도 귀를 열고 주의 깊게 들어보시길. 파인만 알고리듬은 다음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해결하려는 문제를 종이에 쓴다. 둘째, 정말 골똘히 그 해결책을 생각한다. 셋째, 답을 쓴다.

    정말 쉽지 않은가. 처음 내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농담인 줄 알았다.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라는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파인만은 물리뿐 아니라 농담도 정말 잘했던 사람이다.(참고로 물리학자들은 "물리학을 연구한다"고 하지 않고, 보통 "물리를 한다"고 말한다. 파인만은 물리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인정하는, 정말 물리를 잘했던 사람이다.) 나도 물리를 하며 살아온 세월이 좀 늘다 보니, 파인만 알고리듬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독자가 이 해결 알고리듬의 가장 중요한 단계가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하는 둘째 단계라고 짐작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종이에 쓰는 첫 단계다. 왜 그럴까.

    문제를 풀 때, 가장 중요한 단계는 바로 문제가 뭔지를 아는 거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 때에만 문제를 종이에 적을 수 있다. 혹은, 문제를 종이 위에 적으려 노력하는 단계를 거쳐야만 문제가 명확해지기도 한다. 스스로 종이에 적지 못할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도 없다. 물리학자가 연구할 때도 마찬가지여서,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문제가 뭔지를 아는 거다.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할 때, 물리학자가 처음 거쳐야 하는 사고의 첫 관문이 있다. 오늘 할 얘기가 바로 이 부분이다. 물리학자는 문제를 종이에 적는 파인만 알고리듬 첫 단계의 맨 앞에서 먼저 '경계'를 설정한다. 안과 밖의 경계다. 무슨 얘길까.

    공기 중에서 떨어지는 돌멩이의 운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물리학자가 있다. 이 학자가 처음 하는 일은 이 물체의 운동을 이해하기 위한 사고의 체계 안에 도대체 무엇 무엇을 집어넣을까 하는 고민이다. 딱 돌멩이 하나만을 문제의 내부에 넣고, 돌멩이를 제외한 우주의 모든 것을 외부로 해서 둘 사이의 경계를 설정한다면 어떨까. 이 경우 돌멩이를 아래로 당기는 것이 내부에 없으니 돌멩이는 떨어질 수가 없고, 따라서 문제를 이렇게 적었다면 잘못 적은 거다. 당연히 문제의 내부에 다른 것을 더 넣어야 한다. 바로 돌멩이를 아래로 잡아끄는 지구의 중력이다. 자, 이제 돌멩이와 지구의 중력만을 문제의 내부(이 내부를 물리학자는 계(系), 혹은 시스템이라 부른다)로 생각해 이 둘과 우주의 나머지 모든 것 사이에 안과 밖의 경계를 설정하면 어떨까. 이 경우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지지만, 공기는 여전히 경계의 밖에 있으니 돌멩이는 공기에 의한 저항력을 느끼지 못한다. 공기의 효과까지 넣으려면 이제 경계는 조금 더 확장된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문제를 정확히 기술하기 위해 노력할수록,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경계는 시스템의 밖을 향해 확장된다. 확장된 경계로 둘러싸인 큰 시스템에서 문제의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지지만, 어려운 것이 두려워 우주 전체에서 너무 작게 시스템을 도려낸다면 말도 안 되는 엉뚱한 결과를 얻게 된다. 마치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돌멩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에 비하면 정말 복잡하다.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이해하려면 내부와 외부 사이의 경계를 현명하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계가 분명하지 않을 때는 내부를 크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 무엇을 외부로 배제해 잘못된 해결책을 찾는 것보다는 훨씬 더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우리 모두는 내부라 할 수 있다. 우리 안에 외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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