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도전 만에 대상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이 살아 계셨다면 '장하다, 내 새끼' 해주실 텐데…."

26일은 김경아(42)씨의 날이었다. 제24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부문 본선에서 '임방울 대상'을 받은 그는 "숙제를 끝내서 후련하다"고 활짝 웃다가 스승 얘기가 나오자 울먹이기 시작했다. 2012년 방일영국악상을 받은 고(故) 성우향 명창이 그의 스승이다.

"3년 전 임방울국악제 도전 첫 회 만에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는 선생님이 '애썼다, 고생했다' 하셨어요. 그때 투병 중이셨는데 이듬해 돌아가셨지요. 제게는 엄마 같은 분이라 지금도 선생님 얘기만 나오면 울어요."

26일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24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부문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임방울 대상)을 받은 김경아씨. 결선 무대에서 ‘춘향가’ 중 ‘박석티’ 대목을 불러 다른 경연자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 명의 소리꾼이 경합한 결선 무대에서 김씨는 '춘향가' 중 '박석티' 대목을 선보였다. 어사가 되어 박석고개를 넘는 이도령의 심사를 절절하게 담은 대목이다. 그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사설을 토해낼 때마다 객석에서 "얼씨구!" "옳지!" 하는 추임새가 흘러나왔다. 다른 경연자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98.4점을 받은 김씨는 "임방울국악제 대상은 소리하는 사람들의 꿈이다. 드디어 인정받았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씨는 어릴 때부터 노래라면 자신 있었다. 다섯 살 때부터 서울 성수동 뚝섬 동네 골목을 누비며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불렀다. 중학교 때 선생님들은 김씨가 당연히 트로트 가수가 될 줄 알았다. 우연히 TV에서 판소리 공연을 본 후부터 소리 인생이 시작됐고 서울 국악예고에 들어갔다. "아버지가 냉장고도 없던 시절 전축을 사들여서 판소리를 들으셨어요. 늙은 아버지가 구닥다리 소리만 들어서 창피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그때 듣던 소리가 제 뇌리에 깊숙이 새겨진 모양입니다."

김씨에게 소리의 싹을 심어준 아버지는 열세 살 때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집안이 형편없이 기울었다. 방학 때면 한 달씩 산에 소리 공부하러 갈 돈이 없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뜨거웠던 올여름 그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절에서 한 달간 머물며 소리 공부에 매진했다.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춘향가''심청가'만 해왔는데 이제 다른 바탕도 열심히 공부해보려 한다"고 했다.

[제24회 임방울국악제 수상자]

◆판소리 명창부▷
대상(대통령상) 김경아▷최우수상(방일영상) 정상희▷우수상 정주희▷준우수상 김연옥

◆판소리 일반부▷최우수상 정은송▷우수상 김지안 ▷준우수상 김정훈▷장려상 정정임

◆가야금병창▷최우수상 송은영▷우수상 박나현▷준우수상 차보영▷장려상 정미호

◆기악▷최우수상 임황철▷우수상 김성근▷준우수상 최성욱▷장려상 김용성

◆농악▷대상 남원시립농악단▷최우수상 화성두레농악보존회▷우수상 우도농악담양보존회▷준우수상 부안우도농악단

◆시조▷최우수상 김윤령▷우수상 김운선▷준우수상 임소현▷장려상 강재일

◆무용▷최우수상 김민주▷우수상 임민영▷준우수상 김태희▷장려상 양서은

◆퓨전판소리▷최우수상 차상윤▷우수상 유세윤▷준우수상 김승호▷장려상 문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