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앞 거리가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역사·인문의 길'로 변신한다. 서울시는 창덕궁 앞 일대(율곡로~삼일대로~종로3가~서순라길) 34만4000㎡를 돈화문로(조선), 삼일대로(일제강점기), 익선·낙원(근현대), 서순라길(현대) 등 4개 길로 나눠 조성하는 창덕궁 앞 재생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시는 2018년까지 200억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한다.
도심 개발에 '역사 콘텐츠'를 접목했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시는 우선 조선시대 전국 도로망의 기준점이자 '왕이 행차하던 거둥길'이었던 돈화문로(창덕궁 삼거리~종로3가역) 790m 구간을 '시민이 궁궐 가는 길'로 새로 단장한다. 시는 단계적으로 돈화문로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바꾸기로 했다. 주변 가게들이 조선시대를 테마로 삼은 간판·옥외광고물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 비용도 지원한다. 시는 돈화문 국악당(지난 1일 개관), 민요박물관(2019년 10월 개관 예정) 등과 연계해 시민이 궁중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창덕궁 근처에 마련한다.
시는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탑골공원부터 안국역까지 삼일대로 750m 구간은 3·1운동을 기념하는 '스토리텔링 탐방 루트'로 만든다. 시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탑골공원의 원형 복원을 추진하고, 역사적 장소엔 표석을 설치할 계획이다. 3·1운동 100주년인 2019년까지 스마트폰과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안내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이 길을 걸으면서 3·1운동이 일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시는 익선동과 낙원동 일대(익선~낙원 구역)를 궁중 문화와 대중음악 중심인 근·현대 문화지대로 재편한다. 이 구역은 조선 멸망 후 궁궐이 해체되면서 나온 궁녀와 기녀들이 자리를 잡고 궁중요리·한복·음악 등 다양한 궁중 문화를 대중에 알린 문화 중심지였다. 시는 익선동 지역의 청년들과 한옥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공동체 활동을 지원한다. 낙원상가엔 옥상공원과 열린무대를 조성하고, 차도는 좁혀 보행자 중심의 음악 거리로 변모시킬 예정이다.
종로3가 귀금속 상가가 몰려 있는 종묘 옆 서순라길 약 840m 구간엔 공예창작 거리가 들어선다. 시는 주변 한옥을 개·보수하고 도로포장을 개선해 한옥공방특화길을 만들고, 귀금속 상가 밀집 구역의 거리 환경 개선 작업에 들어간다. 서울시 관계자는 "261년간 조선의 법궁(法宮·왕이 기거하는 궁궐)이었던 창덕궁의 명성을 되찾고 숨은 역사와 이야기를 발굴해 지역 재생에 활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