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 도전한 北 리용호… "핵무장은 국가노선"

    입력 : 2016.09.26 03:00

    [유엔본부 총회 기조연설]

    潘총장면담·양자회담도 안해
    北조평통 "반기문 美에 맹종… 서푼짜리 정치사환꾼" 공격

    보츠와나 부통령은 연설서 "악당국가와 외교관계 끝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유엔에서 "핵무장은 국가 노선으로, 우리의 존엄과 생존권을 보호하고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핵의 질적·양적 강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추가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국제사회에 정면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리 외무상은 유엔 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가 의례적으로 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면담도 신청하지 않았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우리의 핵무장은 국가 노선”이라고 했다. /신화 연합뉴스
    리 외무상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1차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개발은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의 위협과 제재 소동에 대한 실제적 대응 조치의 일환"이라며 "적이 우리를 건드린다면 우리도 맞받을 준비가 돼 있다는 당과 인민의 초강경 의지의 과시"라고 했다.

    그는 대북 제재에 나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해서도 "정의와 국제법을 떠나 미국의 강권을 유엔의 보자기로 감싸는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 외무상은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 결의 2270호 등에 대해 "핵과 탄도로켓 활동이 위협이 된다는 법률적 근거는 유엔헌장에도, 국제법에도 명시된 게 없다"면서 "안보리는 어떤 근거와 권한으로 우리의 핵·탄도미사일을 금지하는 결의를 채택하고, 다른 나라는 문제시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단골 주장인 미국 책임론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공격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조선반도 정세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은 미국이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을 버리지 않고 침략전쟁을 자꾸 벌이는 데 근원이 있다"고 했다. 한·미 합동훈련에 대해서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규모가 방대하고 도발적이며 공격적인 전쟁 연습은 없다. 더욱 도발적이고 침략적으로 되고 있다"고 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에 참석한 후 지난 20일 미국에 입국한 리 외무상은 총회 기조연설 외에는 다른 나라 대표와의 양자회담 등 공식 일정을 거의 갖지 않았다. 반기문 사무총장과는 지난 21일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파리기후변화협정 비준 독려 행사에서 짧게 만나 악수했지만, 별도 면담은 없었다. 리 외무상은 26일 오전 출국 예정이어서 반 총장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은 면담 신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두 사람의 '비밀회동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반 총장 측은 "그런 일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엔 외교가에선 리 외무상이 반 총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북한의 방침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의 대남(對南)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24일 조선중앙통신 인터뷰에서 "반기문이 비록 유엔 사무총장이라고 거들먹거리기는 하지만 실지에 있어서는 초보적인 공정성도, 사리를 판별하는 이성적인 사고력도 없으며 오직 미국과 괴뢰패당의 비위나 맞추면서 그 강도적 요구에 맹종맹동하는 서푼짜리 정치사환꾼"이라고 공격했다. 또 반 총장의 내년 대선 출마설을 언급하며 "우리는 그가 권력에 환장하여 유엔 사무총장의 감투를 괴뢰대통령 벙거지로 바꾸어 쓰든 말든 상관하려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편 리 외무상과 같은 날 기조연설에 나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에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촉구했다.

    보츠와나의 모크위치 마시시 부통령도 "북한은 유엔 회원국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시시 부통령은 "북한이 계속해서 탄도미사일 실험을 하면서 국제법과 유엔 결의안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것을 강하게 비난한다"면서 "보츠와나는 이 악당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끝냈다"고 했다. 보츠와나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에서 반(反)인도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인 2014년 2월 북한과 단교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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