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친구 아이가" 그들은 우정으로 포장했다

조선일보
입력 2016.09.24 03:00 | 수정 2016.09.24 06:56

[스폰서 부장검사 김형준, 피의자 소환… 또 '친구 게이트']

- 금품 제공받고 뒤봐줘
진경준·김정주도 대학 동기 "이해 어긋나면 공생 아닌 공멸"

대검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스폰서' 의혹을 받는 김형준(46) 부장검사를 23일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김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사업가 김모(46·구속 기소)씨가 김 부장검사에게 지속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지 18일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장검사는 올 2~3월 김씨로부터 지인의 계좌로 1500만원을 송금받고, 김씨가 70억원대 사기·횡령 혐의로 피소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에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김 부장검사와 김씨, 주변 인물들의 최근 4년치 금융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김 부장검사가 김씨로부터 1500만원 외에 추가로 금품을 받은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통화 내역과 위치 추적을 통해 김 부장검사가 김씨와 수시로 만나 고급 술집 등에서 향응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부장검사는 검찰 조사에서 "1500만원 외에 김씨에게서 돈을 받거나 빌린 적이 없고, 김씨를 자주 만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부장검사가 구속 위기에 몰리자 검찰 내부에선 "또 '친구 게이트'가 터졌다"는 말이 나왔다. 김 부장검사와 김씨는 중학교와 고교 동창 사이다. 같은 반이었던 고 3 때 김 부장검사는 전교 회장을 했고, 김씨는 반장이었다고 한다. 둘은 대학과 사회 진출 이후에도 친분을 이어가며 서로 '평생 친구'라고 불렀다. 하지만 올 4월 김씨가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일을 계기로 친구 사이는 금이 갔고, '원수지간'처럼 서로 다투게 됐다. 김 부장검사가 자신을 구명(救命)해주지 않고 오히려 구속시키려 했다고 느낀 김씨는 자신이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 언론에 폭로했다. 김 부장검사도 "김씨가 내 약점을 잡아 돈을 뜯으려 했다"며 김씨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영화‘친구’포스터.
영화‘친구’포스터.
앞서 불거진 진경준(49) 전 검사장 사건도 '친구 게이트'라는 말을 듣고 있다. 진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을 뇌물로 제공해 126억원 대박을 터트리게 해준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은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절친한 사이였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진 전 검사장은 2005년부터 가족 등과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친구 김 회장에게 여행비를 달라고 손을 벌렸고, 넥슨 회사 차인 제네시스 승용차를 받아서 타고 다녔다. 김 회장은 자신 혹은 회사가 검찰·경찰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잘나가는 검사'였던 진 전 검사장의 도움을 받았다. 검찰 수사로 30년 지기(知己) 사이엔 회복하기 어려운 간극이 생겼다. 진 전 검사장은 최근 재판에서 "(김 회장이 준 금품은) 뇌물이 아니라 단짝 친구의 호의와 배려"라고 했지만, 김 회장은 "지속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고 했다.

검사들이 오랜 친구를 '스폰서'로 두는 것과 관련해 법조계에선 "법조 비리가 더 교묘해지고 있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발각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만에 하나 적발된다고 해도 '친구지간에 대가 없이…' 하며 둘러대 사법 처리를 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오래된 친구라도 결국 검사라는 직위를 보고 뇌물을 주는 것"이라며 "서로 이해관계가 어긋나면 결국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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