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선발 비율이 높다. 특히 고 2 학생들이 치르는 2018학년도 입시부터는 학종 정원이 많이 늘어나 상위권 대학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학종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 기준이 '모든 서류 내용을 종합적으로 본다'는 식으로 모호해 '대체 뭘 보고 뽑는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한다. 이에 본지는 서울 주요 12개 대학 입학처장들에게 학생부종합전형에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질문했다. 첫 회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학종에서 궁금해하는 '교과 성적' 부분이다.
① 내신이 가장 중요하다?
학종에서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서울대 안현기 입학본부장은 "내신 성적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화려한 비교과 활동으로 부족한 성적을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해"라며 "일단 교과 성적이 좋아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 입학처장들도 입장 차이가 있지만 "내신 성적은 기본"이라고 대답했다. 내신 성적이야말로 학교생활 성실도, 학업 능력을 보여주는 기본적인 척도라는 것이다. 중앙대 백광진 입학처장은 "우리가 뽑으려는 학생은 대학에 와서 열심히 공부하려는 학생"이라며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 내신이 낮은 학생을 비교과 활동을 많이 했다고 뽑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 내신 등급만 본다?
12개 대학 입학처장은 모두 "내신이 중요하지만 평가할 때 등급만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과 성적을 기계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고교별 개설된 교과목, 과목 수강자 수, 원점수, 표준편차, 등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성 평가한다는 것이다.
고려대 김재욱 처장은 "우선 학생이 다닌 고등학교의 3개년 교육과정 편성표를 참고해 선택 가능한 과목 가운데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 해당 과목 이수자가 몇 명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같은 고등학교에서 총인원 10명인 과학 심화 과목을 들은 학생과 총인원 60명인 과목을 이수한 학생이 같은 등급을 받아도 평가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김대환 처장은 "학종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교과 성적을 정량 평가할 것이라는 점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숫자 이면에 있는 학생 모습을 보는 것이 학종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③ 주요 과목 성적이 더 중요하다?
국·영·수 등 소위 주요 과목 성적이 더 중요할까? 다수 대학이 "지원 학과나 계열에 따라 일부 과목을 더 비중 있게 본다"고 답변했다. 이공계는 수학·과학을, 인문계는 국어·영어·사회를 더 꼼꼼히 본다는 것이다. 연세대 김응빈 처장은 "자연계열의 경우, 이공계 전공에서 필요한 수학·과학 과목을 (고등학교에서) 이수하지 않고 오면 대학에서 학업을 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어 수학·과학 과목이 학교에 개설되어 있는지, 개설된 과목을 잘 이수했는지, 만약 학교에 개설되어 있지 않았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원자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중앙대 백광진 처장도 "인문계열은 국·영·수·사, 자연계열은 국·영·수·과를 중점적으로 공부하므로 해당 교과를 더 꼼꼼히 본다"고 말했다.
④ 주요 과목만 잘하면 된다?
주요 과목 성적만 좋다면 나머지 과목 성적이 낮아도 좋은 평가를 받을까? 12개 대학은 모두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학종 취지 가운데 하나가 학교생활을 성실히 했느냐를 보는 것인데, 어느 한 과목을 아예 포기했다면 그런 성실성을 엿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강대 임경수 처장은 "상대적으로 잘하는 과목과 못하는 과목이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아예 일부 과목을 버리거나 포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다. 연세대 김응빈 처장은 "학종은 성적뿐 아니라 학교의 다양한 활동을 열심히 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주요 과목 위주로 공부하고, 다른 과목 성적이 나쁘다면 학교 활동이 우수한 학생으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⑤ 1학년 때 성적보다 2·3학년 때 성적이 더 중요하다?
많은 학부모·학생이 2·3학년 때 성적이 1학년 때 성적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학처장들은 "큰 오해"라고 말했다. 학종은 학년별로 교과 성적 반영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외대 나민구 처장은 "만약 기계적으로 3학년 때 성적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면 1·2학년 때 성적이 좋았는데 3학년 때 질병이 있어 성적이 떨어진 학생은 잠재력이 있는데도 구제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생부종합전형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적힌 모든 내용을 ‘종합적’으로 보고 학생을 뽑는 전형이다. 수능 성적으로 줄 세우기보다, 교과 성적과 독서, 교내 수상 경력, 창의적 체험 활동 등 다양한 부분을 통해 잠재력·발전 가능성 있는 학생을 뽑는다는 취지다. 2015학년도 입시부터 도입돼 점차 확대 추세다. 학생부 외에 자기 소개서, 교사 추천서(일부 대학은 자소서·추천서 받지 않음)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