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건물 불길속에 스러진 '초인종 義人'

조선일보
  • 주희연 기자
    입력 2016.09.21 03:00 | 수정 2016.09.21 16:17

    성우 꿈꾸던 20대 청년 안치범씨
    방마다 초인종 눌러 "대피하세요" 21개 원룸… 이웃 살리고 혼자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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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이 난 5층 건물에 뛰어든 후 자고 있던 주민들을 깨워 탈출시킨 뒤 쓰러진 20대 청년이 11일 만에 끝내 숨졌다.

    불이 난 5층 건물에 뛰어든 후 자고 있던 주민들을 깨워 탈출시킨 뒤 쓰러진 20대 청년이 11일 만에 끝내 숨졌다.

    지난 9일 오전 4시 20분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5층짜리 건물에 큰 불이 났다. 여자 친구의 이별 통보에 분노한 20대 남성이 홧김에 지른 불이었다.

    불이 나자 이 건물 4층에 살던 안치범(28·사진)씨는 탈출한 뒤 119에 신고하고 다시 연기로 가득 찬 건물로 뛰어들었다. 불이 난 사실을 모른 채 잠든 다른 주민들을 깨우기 위해서였다. 안씨의 이웃들은 경찰에서 "새벽에 자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나오세요'라고 외쳐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씨 덕분에 원룸 21개가 있는 이 건물에서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안씨는 건물 5층 옥상 입구 부근에서 유독 가스에 질식해 쓰러진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20일 오전 사망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마친 안씨가 건물을 수차례 올려보다 다시 건물 안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고 말했다.

    안씨는 생전 성우가 되는 걸 꿈꿨다. 합정역 인근에 있는 성우 학원에 다니기 위해 지난 6월 근처 원룸으로 이사와 살다 변을 당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20일은 평소 안씨가 지망하던 방송사의 입사 원서 접수 마감일이었다. 안씨의 아버지(62)는 "처음엔 불길 속에 뛰어든 아들이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잘했다, 아들아'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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