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종종 혼자 밥을 먹어왔는데도 여전히 남의 시선이 신경 쓰여요. 옆 테이블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면 혼자 밥 먹는 나를 쳐다보며 웃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합니다. 이런 걱정에 밖에선 제대로 밥을 못 먹는 제가 짜증 나 만화로 그렸는데, 많은 분이 공감해주셨어요. 저만의 얘기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얘기라는 거죠."

우리나라 인구 5000만 중 1인 가구 생활인은 500만명을 돌파했다. 분식집,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뷔페, 고깃집 등에서 홀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다. 이런 불편한 심리를 콕 집어낸 만화가가 있다. 지난주 만난 만화가 '카광(필명)' 이상일(22)씨는 "많은 사람이 이런 이유로 홀로 밥 먹는 것을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혼밥’캐릭터와 문구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만화가 이상일씨.

이상일씨는 홀로 국밥을 먹으러 갔지만,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만 쳐다보는 것 같아 밥을 제대로 못 먹고 나온다는 내용의 만화를 그렸다. '혼밥'(혼자 먹는 밥)을 다룬 만화는 곧 인기를 얻었다. 지난 7월과 8월엔 두 차례에 걸쳐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향한 인식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를 펼쳤다. '혼밥'을 다룬 자신의 만화 캐릭터와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판매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한 것. 티셔츠에는 '혼자서 먹을 수도 있는 거잖습니까'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이씨는 "나에게 쏠리는 시선을 이겨내야 혼자 밥 먹는 힘과 당당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말을 넣었다"고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20장만 팔려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3000장 넘게 팔려나간 것.

지난달 27일, 이씨는 티셔츠 판매 수입으로 '혼밥 모임'도 열었다. 누구나 와서 밥을 먹을 순 있지만, 상대방과 얘기를 주고받으면 쫓겨나는 이색적인 이 모임에는 10~30대 200여명이 찾아왔다. 이씨는 "옆 사람 신경 안 쓰고 편하게 식사하고 가시라고 대화도 금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고깃집에서 당당하게 1인분을 시켜 먹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