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과 동북공정 갈등 후 항일투쟁 연대 부각"

조선일보
입력 2016.09.21 03:00

英文 격월간지 '아산 포럼', 美 東亞 전문가 한중관계 분석
"양국 수교 후 역사 이슈 큰 영향… 조공체제 견해차 갈등요인 될것"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역사 이슈들이 양국 관계에 큰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동아시아 질서에 대한 두 나라의 역사적 이해 차이가 갈등 요인이 될 것이다."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발간하는 영문(英文) 국제관계 격월간지 '아산포럼(The Asan Forum)' 7·8월호가 마련한 '역사 렌즈를 통해 본 동북아시아(Northeast Asia through an Historical Lens)' 특집에서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들이 지난 20여년간 한·중 관계와 역사 이슈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커크 라센 브리검영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를 추적한 글에서 "한국 정치인과 관료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지정학적·경제적 이슈가 우선하도록 노력을 기울였지만 국민은 역사 이슈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라센 교수에 따르면, 1990년대는 양국의 경제적·인적 교류 증대와 한국 사회의 반미(反美) 성향 증대에 따라 한국인의 대중관(對中觀)은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중국의 동북공정이 알려지면서 한국에 반중(反中) 정서가 대두했다. 한·중 당국은 외교 교섭을 통해 문제를 봉합했지만 민간 차원의 역사 갈등은 계속됐다. 그러자 2010년대 들어 중국은 한·중의 항일투쟁 연대라는 역사 경험을 양국 우호의 연결고리로 부각시키며 한국과 일본·미국의 거리를 벌리는 데 주력했다. 이에 따라 동북공정 등 한·중 역사 마찰에 대한 한국의 문제 제기는 수그러들었지만 갈등 요인은 잠재해 있다고 라센 교수는 분석했다.

길버트 로즈만 프린스턴대 사회학과 석좌교수는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을 다룬 글에서 "중국의 대외관계 인식은 역사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중국 지도자들은 '역사 카드'를 즐겨 사용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중국 지식인은 중국의 '주변 지역'이며 모범적인 조공국이었던 한국이 문명의 혜택을 전해주면서도 영토를 정복하지 않은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9세기 중반 이후 중국이 '수모의 시기'와 냉전기를 지나면서 한국은 중국과 멀어졌지만 이제 다시 중국 편에 서서 부활하는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지식인은 중국 중심의 조공체제가 동아시아의 자연적인 질서라고 간주한다. 한국은 미국 등 외부 세력과의 연결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주의라는 틀에서 통일과 국익을 모색해야 하며, 북한에 대해서도 적대적 태도를 버리고 중국을 북한과 관계 개선의 가교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국 정부의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 종결과 사드 배치 결정이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반(反)역사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한다. 미·중 사이에서 '올바른 역사 인식'을 요구하는 중국의 이분법적 역사 인식은 한국에 중간적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로즈만 교수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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