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마지막 날 폐막식을 앞두고 열린 휠체어 마라톤에서 김규대가 깜짝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패럴림픽 마라톤에서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육상 대표 김규대(32)는 19일(한국 시각) 리우에서 열린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1시간30분8초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패럴림픽의 마라톤은 특수 휠체어를 타고 42.195km를 달리는 경기다. 4~5위로 달리던 김규대는 막판 속도를 내며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4위 중국 선수와는 불과 1초 차였다. 1위는 1시간26분16초로 결승선을 끊은 스위스의 마르셀 훅(30)이었다.
김규대는 전날 1600m(4×400m) 계주에서 심판의 실수로 동메달을 잃은 한도 풀었다. 그는 전날 밤 가족에게 '지난 일은 잊고 마지막까지 집중해 피날레를 장식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주대하 감독은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고 했다. 김규대는 먼저 열린 800m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4등을 했지만 2위 선수가 실격되면서 행운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이번 대회 동메달 2개로 2008년 베이징 때부터 3회 연속 메달을 수확했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대구의 한 대학을 다니던 김규대는 UDT(해군 특수전여단)에 지원했다. 하지만 2004년 낙하산 훈련 도중 추락해 척수를 다쳤다. 이후로 하반신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무릎 아래는 감각이 없다. 그는 재활 도중 TV에서 휠체어 마라톤 중계를 본 뒤 입문하게 됐다고 한다.
김규대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이 끝난 뒤 미국 일리노이주로 유학을 떠났다. 더 큰 세상으로 나가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경찰관인 아버지와 시청 공무원인 어머니도 적극적으로 그를 지원했다. 작년엔 미국 영주권도 얻었다. 생활비는 장학금과 체육연금, 마라톤 대회 상금 등으로 대부분 충당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일리노이대 천문학과에 편입해 다니고 있다. 아버지 김종면(60)씨는 "규대가 어릴 때부터 과학 책을 즐겨 봤고,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했다. 운동을 안 할 때는 별을 보는 게 김규대의 취미다.
김규대는 "이번 패럴림픽을 끝으로 운동 대신 학업에 집중하고 싶다"며 "천문학 전공을 살리거나 국제패럴림픽위원회 선수위원에 출마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규대는 평소엔 아침마다 일리노이대 휠체어 육상팀과 함께 훈련한다. 한국 국가대표팀 훈련에는 지난 7월 합류했다. 40대가 주축인 팀에서 그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도맡을 만큼 밝은 성격이다. 주 감독은 그를 "진짜 남자"라고 불렀다.
김규대가 폐막식 날 열린 마라톤에서 동메달을 추가하면서 한국 팀의 최종 메달 개수는 금메달 7, 은메달 11, 동메달 17개가 됐다. 금메달 기준 20위, 금·은·동 합계 기준으로는 1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