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이 18일 한·미·일 3자 회담 후 별도로 만나 북핵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 외무상은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윤병세 장관은 "국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체결국에 비밀 군사 정보를 제공하고 이 정보가 제3국에 유출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협정이다. 한국은 현재 32국과 협정을 맺고 있다. 러시아도 여기에 포함된다. 일본의 체결국도 60여 나라에 달한다. 한·일은 이념과 체제는 물론 북핵 위협까지 공유하는 이웃 나라다. 안보 논리로만 생각하면 이미 협정을 맺어야 했지만 과거사 문제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2012년 가서명까지 했다가 '밀실 처리' 논란으로 체결 직전 무산됐다. 현재 두 나라는 미국을 거치는 방식으로 한정된 군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일본이 필요해서 우리와 군사정보협정을 맺자는 것이지만 우리도 일본의 정보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일본은 1998년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지금까지 대북 정찰위성을 4기 띄웠다. 앞으로 이 위성을 8기로 늘려 미국과 맞먹는 위성 정보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P-3C 등 무려 100대가 넘는 대(對)잠수함 초계기로 동해의 북·러 잠수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면 단연 세계 최대 규모다. 북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잠수함 기지가 바로 동해에 있다. 일본과의 북 잠수함 정보 공유는 북이 완성한 SLBM 위협에 대응하는 현실적 보완책이 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북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데 일본의 역량이 도움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단시일 내에 달라질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북이 SLBM 발사에 성공하고 5차 핵실험으로 핵탄두 소형화를 공언하게 된 사태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생존 문제다. 우리 자체 힘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능하다면 다른 나라 역량도 동원해야 한다. 군사정보협정으로 일본 군사력이 다시 한반도로 진출한다는 일각의 과장과 지나친 피해의식도 벗어나야 한다. 이제 정부가 한·일 군사 정보 공유를 안보와 국익 관점에서 논의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