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당신도 '추석 쓰레기' 길에 내다 버렸나요

    입력 : 2016.09.19 03:30 | 수정 : 2016.09.19 08:11

    [수거업체 2~3일 쉬었는데… 온동네가 쓰레기장]

    명절 쓰레기량, 평소의 배 넘어… 단속 지역 팻말 아래 버젓이
    종량제 봉투도 사용 안해… 악취 심해 "치워 달라" 민원 폭주

    추석 연휴 사흘째였던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남시장 인근 주택가 곳곳에는 평소에 없던 '쓰레기 더미'가 생겼다. 50~100L짜리 종량제 쓰레기 봉투 수십 개가 인도(人道)에 산처럼 높게 쌓인 것이다. 구멍 뚫린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서 새어 나온 오물이 도로 한가운데까지 흘러 주위에 파리가 들끓었다. 주택가에서 20m가량 떨어져 있는 대로변에는 '쓰레기 집중단속지역'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지만 팻말 아래에는 종량제 봉투가 아닌 일반 비닐 봉지에 담긴 음료수 캔과 페트병, 추석 선물용 스티로폼 박스 더미 20여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주민 정모(46)씨는 "이미 쌓인 쓰레기 더미 위에 행인들이 먹다 남긴 음료수 캔과 담배꽁초 등을 버려 온 동네가 쓰레기장이 됐다"고 했다.

    5일간의 추석 연휴 기간(9월 14~18일) 동안 서울 도심의 주택가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수도권 매립지와 서울 각 구청의 쓰레기 수거업체가 연휴를 맞아 2~3일씩 쉬는 동안에 각 가정의 생활 쓰레기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각 구청은 주민들에게 "추석 연휴 동안 쓰레기 수거를 중단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수거일이 아닌 추석 연휴에 쓰레기를 집 밖에 버릴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주택가 골목은 물론 음식점과 주점, 상점 등이 밀집한 도심 대로변에는 분리 수거가 안 된 쓰레기를 담은 봉지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추석 다음 날인 16일 오후 ‘쓰레기 집중단속지역’이란 팻말이 붙어있는 서울 성동구 금남시장 인근 대로변에 쓰레기 봉지와 추석 선물 포장 용기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아닌 일반 비닐 봉지에는 페트병과 음식물 등 분리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추석 다음 날인 16일 오후 ‘쓰레기 집중단속지역’이란 팻말이 붙어있는 서울 성동구 금남시장 인근 대로변에 쓰레기 봉지와 추석 선물 포장 용기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아닌 일반 비닐 봉지에는 페트병과 음식물 등 분리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주형식 기자
    추석·설 등 명절에는 선물에 쓰이는 택배 박스나 포장용 스티로폼, 음식물 쓰레기 등 쓰레기 발생량이 평소보다 훨씬 많다. 서울 송파구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기간에 나온 재활용 쓰레기량은 하루 평균 약 100t으로 평소(60t)의 배 가까이 많았다.

    명절 기간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도 매년 증가 추세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명절 기간(설·추석)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2013년 7만748t에서 2015년에는 10만3978t으로 늘었다. 강남구 소속 환경미화원 김모(58)씨는 "명절 기간에는 쓰레기 무단 투기 감시 인원이 없는 틈을 타서 음식물과 재활용품이 섞인 쓰레기 봉투를 버리는 얌체족이 많이 늘어난다"며 "쓰레기를 수거한 이후에도 분류를 다시 해야 하니 죽을 맛"이라고 했다.

    일반 주택가뿐 아니라 홍대입구처럼 1인 가구가 몰려 있는 곳도 쓰레기 무단 투기가 많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오후 7시 홍대입구역 인근 골목엔 음식물 쓰레기가 잔뜩 담긴 종량제 봉투 20여개가 쌓여 있었다. 편의점 도시락과 컵라면 용기 등이 담긴 검정 쓰레기 봉지도 곳곳에 버려졌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쓰레기 더미에서 풍기는 악취가 너무 심해 인근 주민과 상가들이 창문을 열어놓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각 구청은 추석 기간 동안 312명이 소속된 청소순찰기동반을 운영해 매일 주요 도심 지역을 돌면서 쓰레기를 치우도록 했지만,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모두 수거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서울 강동구청 관계자는 "집 앞에 쓰레기가 쌓여 있으니 당장 버려달라는 항의 전화가 매일 10~20통씩 오지만 근무 인원이 적어 민원을 다 처리하긴 힘들다"고 했다. 서울 신림동에 살고 있는 임모(32)씨는 "쓰레기 수거가 연휴 동안 일시 중단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민들이 쓰레기를 골목에 몰래 버리는 것을 보면 이웃 간 배려가 사라진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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