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아픔 어루만진 소설가 이호철 별세

    입력 : 2016.09.19 03:00

    '판문점' '문'… 실향민 삶 다뤄

    이호철 소설가 사진
    /장련성 객원기자
    소설가 이호철(85·사진)씨가 18일 오후 7시 32분 서울 은평구의 병원에서 지병으로 타계했다. 함남 원산에서 태어난 이씨는 남북한 분단 시대에 실향민의 삶과 의식을 형상화한 작가로 활동해 왔다. 그는 "내 소설은 우리네 남북 분단 상황을 떠나서는 애당초 설 자리가 없다"고 말해왔다.

    이씨는 6·25 때 인민군에 동원됐다가 국군 포로가 됐지만, 친척 도움으로 풀려나 귀향한 뒤 1·4 후퇴 때 홀로 월남했다. 그는 지난해 분단 70년을 맞아 조선일보에 발표한 글에서 "길어야 1주일이면 돌아오겠거니 철석같이 믿었는데 웬걸, 65년이 되어 버렸다"고 탄식했다.

    이씨는 월남 이후 부두 노동자 등의 직업을 거치면서 습작한 끝에 1955년 '문학예술'에 단편 '탈향'을 발표해 작가가 됐다. 그는 1961년 단편 '판문점(板門店)'을 발표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판문점을 취재하러 간 남한 기자의 시선으로 분단 현실의 상징을 묘사했다. 판문점을 가리켜 '지금의 개성시 남단 문화회관이 그 자리'라며 '문자 그대로 남-북으로 난 두 개의 문이 판자문으로 되어 있어…'라고 그려냈다. 이 밖에 이씨의 대표작으론 장편 '서울은 만원이다' '문', 연작소설 '남녘 사람 북녁 사람'이 꼽힌다. 그는 1972년 유신헌법이 선포되자 문단의 반정부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가 1974년 '문인 간첩단 사건'으로 동료 문인 다섯명과 함께 구속됐다. 이씨를 비롯한 문인들이 일본에서 한글 잡지 '한양' 편집진을 만난 뒤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것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씨는 열 달 동안 수감됐다가 재판 끝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씨는 2011년 법원의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2000년대 이후 연작소설 '남녘 사람 북녁 사람'이 독일어 등 6개 국어로 번역된 뒤 독일 예나 대학에서 '프리드리히 쉴러' 메달을 받았다. 그는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 문학상 등을 받았고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민자 여사와 딸 윤정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1일 5시, 장지는 국립 5·18 민주묘지. (02)2227-7580

    [인물 정보]
    분단문학의 큰 별, 이호철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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