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NPT 탈퇴하고 조건부 핵무장으로

  • 김대중 고문

    입력 : 2016.09.13 03:11

    패배의식 젖어 가만히 있으면 우리는 북핵의 노예로 살게돼
    많은 것을 내려놓는 한 있어도 우리도 핵을 가져야 생존 가능
    NPT 탈퇴할 권리, 조약에 있어 북핵 포기 조건으로 핵무장해야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지난 10년간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릴 때마다 우리는 '응징', '대가', '경고' 등 말폭탄만 나열했다. 아무런 실질적 액션이 없었다. 국제 공조 운운하며 미국 등 주변국의 제재에만 기대어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잊고 지나가고 국민들도 덤덤해졌다. 이제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북핵은 우리 머리 위에 앉았다. 북핵은 종북 세력이 주장해온 것처럼 미국용(用)도 아니고 방어용도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임을 북한 스스로 밝히고 있다. 서울에 북한의 핵이 떨어지면 순식간에 수십만명이 몰살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북한의 핵 포기를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핵무장으로 갈 것을 선언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전 세계를 상대로 천명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제까지의 핵무장론이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앞세운 위협론으로, 또는 북한의 핵개발 속도를 억제하기 위한 견제용으로 제기된 것이라면 이 시점에서의 핵무장론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의 일환이다.

    핵확산금지조약은 가입국이 자국의 생존을 위해서는 탈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NPT 제10조 1항은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至上)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 규격화, 표준화해서 이미 보유한 5종의 미사일 (스커드 1과 2, 노동, 대포동, SLBM)에 장착할 수 있게끔 된 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비상사태'다. 북한이 그것으로 대한민국을 공격할 것임을 구체적으로 천명한 이상 한국의 지상 이익, 즉 국가 안위와 5000만 국민의 생명은 위태로워졌다. 따라서 우리는 NPT 조약의 규정에 의거해 NPT를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우리는 그동안 NPT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왔다. 가입은 물론이고 1992년에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고, 6자회담에 성실히 임해 북핵 저지에 노력해왔고, 우리의 핵 욕구도 자제해 왔다. 그러나 비핵화 선언은 사문화된 지 오래고 6자회담도 유명무실해졌다. 북한은 세계 8번째 핵보유국이 됐음을 선언하고 미국 본토를 노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하고 있음을 거리낌 없이 공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핵무기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대북 제재 운운하지만 그런지 이미 십수 년이 됐는데도 북한은 보란 듯이 더 강해지고 더 독해지고 더 무서워진 핵무기를 생산하고 실전 배치하고 있지 않은가.

    아마도 미국은 북한이 ICBM 개발에 성공하면 그때 가서야 북핵을 자국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고 그때까지는 핵 확산을 막는다는 허울로 한국 등 약소국의 핵 개발이나 틀어쥐고 있을 것이 뻔하다. 핵항공모함, 스텔스 등 '중장비'(우리에게는 그렇다)나 보내 대북(對北) 시위나 하고 돌아가면 그뿐이다. 중국은 이미 우리가 겪을 만큼 겪었다. 중국을 믿느니 차라리 북한에 굴복하는 것이 그나마 '민족'을 살리는 길이다. 적어도 주변국 또는 이해 당사국들이 나서서 북핵을 제어해주리라는 것은 허망한 기대임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속된 말로 핵에 관한 한 '믿을 ×' 하나 없는 세상이다.

    이런 판국에 우리가 살 길은 무엇인가? 우리의 살길은 우리도 핵을 갖는 것이다. 지금 개발해야 우리의 '핵'은 북한의 그것에 비하면 초보 수준일 수도 있겠지만 북한이 서울을 때리면 우리는 평양의 10분의 1이라도 되받아칠 수 있을 때 북한은 비로소 자제할 것이다. 우리가 핵무장을 거론하면 우리 내부에서는 으레 그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되고 하는 식으로 딴죽 거는 사람들이 나선다. 우리가 핵을 가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것을 내놓거나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무력적 견제나 위협이 있을지도 모른다.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는 북핵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 '많은 것'을 내려놓는 한이 있어도 우리의 목숨까지 내려놓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전문가들은 우리의 원전 설비용량이 세계 5위이고 설비기술은 세계 1위인 만큼 월성원전의 가압중수로 4개면 많은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해낼 수 있어 6개월만 전력투구하면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제 말폭탄은 그만두자.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자. 사정이나 애원도 그만하자. 국제 공조 운운하는데 발밑에 불 떨어진 건 우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시진핑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나의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통해 사실상 공격용 핵무기를 완성한 지금 박 대통령은 중국이 아니라 우리 국민을 향해 그 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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