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 북핵 대응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2016.09.10 03:09

북한이 9일 국제사회 제재 속에서 5차 핵실험을 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에 이어 불과 8개월 만으로, 히로시마 원폭(原爆)의 12.2kt에 근접하는 역대 최대 위력으로 분석됐다. 북은 "새로 연구 제작한 핵탄두의 위력 판정을 위한 핵폭발 시험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북이 '핵탄두 폭발 시험'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탄도미사일에 탑재하는 소형 핵탄두를 만들어 폭발시켰다는 것이다. 북은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됨으로써 각종 핵탄두를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북은 최근까지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핵탄두 운반체에 해당하는 다양한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북은 이미 핵물질만 뺀 탄두를 미사일에 실어 목표 고도에서 폭발시키는 실험을 했을 수도 있다. 당장 실전 배치 소식이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에겐 아무런 실질적 대응 수단이 없다. 지난 20여년간 우리는 북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다. 대북 유화책인 햇볕정책은 오히려 핵폭탄으로 돌아왔다. 이후 유엔을 통한 국제 제재도 김씨 3대(代)의 핵 도박을 막지 못했다. 이번에도 한·미·일이 추가 국제 제재 방안을 세우겠다고 하지만 그걸로 김정은의 광기를 잠재울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근혜 정부가 공을 들여온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도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다.

우리가 막대한 돈을 들여 준비 중인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와 킬 체인(kill chain·선제 공격)은 한마디로 역부족이다. 북은 핵미사일을 물속에서 쏘고, 고속도로 터널에 숨겼다가 나와 쏠 수도 있다는 것을 실증했다. 미사일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면 선제 공격은 불가능하다. 핵보유국을 상대로 재래식 무기로 선제 공격을 한다는 것도 탁상공론이다. 미사일 방어는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만 우리 기술이 뒤떨어져 있고 100% 요격은 아직 미국도 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핵무장론도 제기되고 있으나 우리 정치 체제와 경제가 그 부작용을 버틸 수 없다.

이 상황에서 북이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되면 결국 미·북이 한반도 전체를 놓고 협상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극단적으로 미국이 군사적 조치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둘 다 대한민국의 위기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와 미국은 미국의 핵우산을 믿으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핵공격에 노출됐을 때 미국이 핵으로 막아줄 것이냐는 것은 문서로 보장될 수 없는 것이다. 최종 순간엔 미 대통령과 의회의 결심에 달려 있다. 미국이 서울을 지키려고 워싱턴을 희생하겠느냐는 의문은 핵우산 정책의 근본적 약점이다.

2차 대전 후 유럽에서 미·소 간 핵 대결이 본격화하자 여러 나토(NATO) 회원국이 안보 불안을 느꼈다. 한때 이들과 미국은 핵무기 공동 사용권에 합의했다. 지금은 미국의 핵 정책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북은 불가능하게 보였던 핵미사일 개발을 끝내고 손에 쥐기 직전이다. 우리 역시 결사적 자세로 비상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북의 핵 게임에 끌려다니는 처지를 면할 수 없다.

북은 핵 도박에는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내부 체제는 분명히 동요하고 있다. 국제 제재로 김정은을 막지는 못하나 북 사회를 흔들 수는 있다. 김정은 집단을 내부에서 고립시켜 무너뜨리는 전면적 전략을 수립하고 끈질기게 추진해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