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 필요성을, 시 주석은 사드 반대를 각각 강조했다. 그러나 두 정상 모두 "구동존이(求同存異·공통점을 추구하면서 차이점을 남겨둔다)"를 언급하며 사드 때문에 한·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모두 발언 등 공개 석상에서는 사드 관련 대화를 일단 피하고 비공개 대화에서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지난 3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회담장 문이 닫힌 뒤에 사드 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미·중은 회담 초부터 남중국해, 대만 독립, 중국 인권 등 안보 현안을 모두 꺼내 충돌했다. 반면 한·중은 협력을 강조한 뒤 사드 문제를 다뤘다.
[박 대통령 "사드, 한미중 소통 통해 건설적·포괄적 논의 기대"]
박 대통령은 이날 "무수단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이후 북한 위협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우리가 느끼는 위협 정도는 중국이 느끼는 정도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사드는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 대응 수단으로 배치돼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제3국(중국 등)의 안보 이익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북핵 및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제한적 사드 배치론'을 다시 꺼냈다. 박 대통령은 사드와 관련해 "한·미·중 간 소통을 통해 건설적이고 포괄적 논의를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사드 문제를 미·중과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우리는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시스템에 반대한다"며 "이 문제의 처리가 좋지 못하면 지역의 전략적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유관 당사국 간의 모순을 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또 "1930년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항저우에서) 3년 정도 활동했다. 당시 한국의 유명한 지도자인 김구 선생이 저장성(浙江省)에서 투쟁을 하셨고, 중국 국민이 김구 선생을 위해 보호를 제공했다"며 "김구 선생 아들인 김신 장군이 1996년 항저우 옆에 있는 하이옌(海鹽)을 방문했을 때 '음수사원(飮水思源) 한중우의(韓中友誼)'라는 글귀를 남겼다"고 말했다. 음수사원은 '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시 주석은 중국이 한국 독립을 지원했던 역사를 부각시킨 것이다. 시 주석은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완전하고 엄격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