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바가지 쓴 어느 외국인

    입력 : 2016.09.06 03:10 | 수정 : 2016.09.06 08:38

    지난 7월 말 캐나다에서 온 관광객이 인천공항에서 콜밴을 타고 강원도 태백에 가자고 했다. 기사는 태백까지 가는 286㎞ 길을 놔두고 강릉까지 돌며 430㎞를 몰아 70만원을 요구했다. 외국인 바가지 씌우기 수법 중 하나인 우회 운행이다. 인천에서 태백까지 기준 요금이 30만원쯤인데 웬만한 중국행 비행기 삯보다 비싸게 받아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기사를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공항에서 자주 타는 것이 콜밴이다. 흔히 미니밴이라고 하는 소형 승합차여서 짐을 충분히 실을 수 있고 여섯 명까지 탈 수 있어서다. 콜밴은 2002월드컵을 한 해 앞두고 정부가 짐이 많은 외국인 편의를 돕는다며 도입했다. 그런데 미터기 요금이 아니라 승객과 기사가 흥정하는 합의 요금제라는 게 문제였다. 콜밴은 1만5000대로 출발했다가 신규 허가를 제한해 3700여대가 남아 있다. 

    [만물상] 바가지 쓴 어느 외국인
    ▶지난 7월 열흘 관광을 온 호주인도 악덕 기사에게 당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서울 종로에 있는 호텔까지 콜밴을 탔다. 기사는 콜밴에 금지된 미터기를 달아놓고 중간에 11만원 영수증을 끊었고 도착한 뒤 다시 12만5000원 영수증을 내밀었다. 적정 요금 8만5000원의 세 배 가까운 23만5000원을 요구했다. 호주인은 요금을 치른 뒤 이상하게 여겨 호텔 직원에게 알렸다. 호텔 측 신고를 받은 서울시는 톨게이트와 호텔 CCTV를 뒤져 사흘 만에 기사를 붙잡았다. 기사는 불법 미터기를 단 것은 물론 콜밴 운행에 필요한 화물 운송 자격증도 없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자주 듣는 바가지 사례이지만 서울시가 요금 차액 15만원을 돌려받아 호주인에게 전하려 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는 시청 직원에게 이렇게 말하고 서울을 떠났다. "이 돈을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어린이 장애인에게 기부했으면 좋겠다." 서울시는 호주인의 뜻에 따라 15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택시나 콜밴의 외국인 관광객 바가지는 아무리 단속해도 그때뿐인 모양이다. 시외 할증을 눌러 덤터기 씌우거나 뻔한 길을 돌아가는 게 가장 흔한 수법이다. '0'자를 하나 더 붙여 60여만원을 요구한 택시 기사도 있었다. 올 들어 서울시가 단속한 것만 85건이다. 우리라도 외국 공항에서 택시를 탔다가 당했다면 다시는 그 나라에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호주인은 어떤 마음에서 돌려받을 돈을 기부했을까. 그나마 기사를 적발해 돈을 돌려주는 당국이 고마웠을까. 아니면 한국 관광의 치부(恥部)에 대한 야유였을까. 그가 우리를 두 번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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