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최악의 소득 양극화 속도

조선일보
입력 2016.09.05 03:10

국회입법조사처가 국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상위 10% 소득 집중도는 44.9%(2012년 기준)로 세계 주요국 중 미국(47.8%)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 위기 이전인 1995년에만 해도 우리나라 상위 10% 소득 집중도는 29.2%로 보통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후 빠른 속도로 상승해 2000년 35.8%, 2008년 43.4%에 이어 44.9%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 기간(1995~2012년) 소득 집중도 상승 폭(15.7%포인트)은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 2000년대 후반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과실 대부분이 상위 10% 계층에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상대적 빈곤율, 지니계수, 저임금 근로자 비중 등 불평등 지표들은 모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양극화는 세계화와 기술 진보, 산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대부분 OECD 국가가 불가피하게 겪는 현상이긴 하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 그 진행 속도가 빨랐다면 시스템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세계화 흐름에 적응하는 데 급급하면서 사회 곳곳에 드리워지는 그늘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 기간에 비정규직 근로자와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 인구가 집중적으로 늘어난 것도 이런 양극화의 원인이자 그 결과일 것이다.

저출산, 청년 실업, 노사 문제 등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많은 갈등의 근저에 양극화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대로 계속 가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사회 통합도 가로막힐 것이 분명하다. 그 부작용이 언제 어떤 형태로 분출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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