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신의 고향인 일본 남부 야마구치현으로 초대한다. 두 사람은 1박 2일간 야마구치현 료칸(旅館·일본 전통 숙소)에 묵으며 쿠릴열도(일본명 북방4도) 반환 문제와 경제협력 확대 등 러·일 간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아사히신문은 고향 회담이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의 아이디어라고 보도했다. 재집권 직후 푸틴과 가까워질 방법을 고심하는 아베 총리에게 자민당 선배인 모리가 "고향으로 초대하라"고 권했다고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여름휴가 때 묵었던 야마구치현의 료칸(旅館·일본 전통 여관)‘오타니산소’ 객실 모습. 아베 총리는 오는 12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야마구치현 료칸에 초대할 계획이다.

[쿠릴열도 분쟁이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누구?]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를 놓고 러·일 관계가 껄끄러워져 성사가 늦어지다가, 아베 총리가 지난 5월 러시아 소치에서 푸틴과 만났을 때 고향 회담 얘기를 다시 꺼냈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여름휴가 때 '오타니산소(大谷山莊)'라는 고향 여관에 묵은 것도 "푸틴 대통령 숙소의 사전 시찰"이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아베 총리가 외국 귀빈을 료칸에 모시는 건 푸틴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G7 회담 때는 미에현에 있는 료칸 '가시코지마호죠엔(賢島

生苑)'으로 정상들을 안내했다. 그중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부부는 G7 회담 일정과 무관하게 중간에 하루를 빼서 일본의 또 다른 료칸에 찾아가 결혼기념일을 보냈다.

지난해 방일한 영국 윌리엄 왕자도 후쿠시마현 료칸에서 잤다. G7 정상들과 윌리엄 왕자가 일본 료칸을 거니는 사진이 전 세계 언론에 났다. 외교도 하면서 동시에 일본 문화의 매력을 자연스레 전파하는 전략이다. 아베 총리 이전에도 여러 일본 총리가 외국 정상을 료칸으로 안내했다. 1995년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가 사가현 여관에 묵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부부가 방일했을 땐, 모리 당시 총리 부인 지에코 여사가 이희호 여사를 아타미(熱海)시에 있는 유명 료칸 '기운각(起雲閣)'으로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