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외 직구족, 하이타오족이란?]

"미네랄 성분이 듬뿍 들어 있어요. 다들 써봐서 잘 아시죠?"

지난 25일 한 중국 여성이 일본제 머드팩을 자신의 양볼에 바르며 카메라를 향해 속사포처럼 설명했다. 촬영한 영상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중국에 있는 소비자에게 생중계되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해외 직구(인터넷 쇼핑몰에서 해외 물건을 구매하는 것) 사이트인 보로미(Bolome)의 통신판매 앱이었다. 영상 밑으로 '이건 꼭 사야 해' '30개 주문 완료!' 등 구매자들의 댓글이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일본에선 최근 중국인을 대상으로 일본산 건강식품과 화장품·의약품 등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 고가의 명품을 싹쓸이하던 바쿠가이(爆買·마구 사들임) 풍조가 사라지는 대신 안방에 앉아 인터넷 클릭으로 일본 제품을 구입하는 알뜰 중국 소비자들이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은 늘고 있지만, 이들의 일본 내 소비는 줄고 있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84곳의 지난 5월 면세 매출(134억8000만엔)은 작년 같은 달보다 16.6%가량 떨어졌다. 큰손이었던 중국인들이 현지에서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 주요인이다.

올해 1~3월 일본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6배 많았지만 지출은 12% 줄었다. 반면 중국인들의 일본 상품 '직구'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온라인으로 구매한 일본 상품 규모는 총 7956억엔(약 8조원)이었다. 올해는 1조엔을 넘고, 2019년에는 2조3000억엔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현지 쇼핑에서 온라인 직구로 옮기기 시작한 건 해외여행 경험이 많아지면서 현명한 소비를 하려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인들의 최근 일본 내 관광 패턴은 대도시 쇼핑에서 문화 체험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정부도 사치를 줄이겠다며 지난 4월부터 귀국 시 휴대 물품에 대한 관세를 30%에서 최대 60%(고급 시계)까지 올렸다. 이런 영향으로 중국인들이 현지에서 무분별한 소비를 하는 대신 온라인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온라인 직구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 업체들은 발 빠르게 일본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T몰 글로벌'은 지난해 오사카에 본사를 세웠다. 도쿄 신주쿠에 사무실을 둔 보로미는 월평균 8억~10억엔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중국시장전략연구소의 쉬시앙 대표는 "일본 여행을 통해 어떤 일본 제품이 품질이 좋고 저렴한지 파악해 뒀다가 귀국한 뒤 구입하는 중국인이 늘고 있어 일본 제품 직구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