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우리는 언제까지 '방어'에만 매달릴 것인가

조선일보
  • 김대중 고문
입력 2016.08.30 03:17

북한이 공격에서 한발 앞서가면 방어적으로 뒤따라가기만 해
守勢로만 가면 무기력해 보여… 사드로도 안보 난국 타개 못하면
核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해야

김대중 고문 사진
김대중 고문

사드 배치 문제는 여러 면에서 우리를 비감(悲感)하게 하고 있다. 국민으로서의 공동체 의식을 되돌아보게 했고, 나라를 보전하는 국방력의 부족을 절감하게 했으며,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안목과 결단력을 새삼 아쉬워하게 됐다.

우리의 국방은 항상 북한의 그것을 뒤따라가느라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북한이 장사정포와 미사일로 한발 앞서가면 우리는 킬 체인이니 뭐니 하면서 그것을 막느라고 뒷북을 쳤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앞서가니 뒤늦게 사드로 대응한다고 난리다. 언제나 북한이 공격 면에서 한발 앞서가면 우리는 방어적으로 반(半)발 뒤따라가는 패턴의 연속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핵무기다. 북한은 이제 핵탄두를 경량화하는 단계에 왔다는데 우리는 핵의 핵자도 못 꺼내고 북한 또는 주변국의 '처분'만 바라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우리를 더욱 비감하게 만드는 것은 사드가 만능의 방어 무기가 아니라는데도 우리는 그것밖에는 옵션이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도 할 수 있는 일이 사드밖에 없다는 것을 토로했다. 북한이 바닷속 어디서도 쏠 수 있는 SLBM으로 전방위적 공격력 확보에 성공한 듯이 보이는데도 우리는 최대 120도 각도로, 그것도 북쪽을 커버하는 데 그치는 사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부채꼴 넓이 정도로 북쪽을 보고 있는 동안 북한의 잠수함 미사일은 사드를 피해 동·서해 깊숙이 남쪽으로 내려온 곳에서 우리를 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B-52, 스텔스기(機) 등은 미군이 다 쥐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의 '뒤'를 때릴 수 있는 장거리 무기에 열중할 뿐 '대한민국의 사드'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배치가 거론되는 지역과 장소, 구체적 성능과 대수까지 모두 노출된 사드는 이미 '무기'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고 보면 과연 이걸 가지고 우리끼리 박 터지게 싸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사정이 그런데도 우리는 사드마저도 못 가지게 될 것 같다. 관련자들이 사드의 안전성을 분명한 수치로 제시하고, 실제 괌의 사드 부대까지 공개하면서 설득해도 사드 반대자들은 진실을 외면하고 막무가내로 반대만 하고 있다. 거기다가 그 지역의 새누리당 의원과 야당 지도부 거의 전부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사드의 배치를 관철할 정치적 영도력은 지금 이 땅에 없다.

특히 대통령이 성주 군민의 반대에 밀려 '제3지역'의 물색을 공언하면서 사드는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한다. 인접한 김천 지역 사람들은 '우리가 성주의 쓰레기통이냐'고 나오고 있는 마당에 사드를 받아들일 지역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좌파와 새로 구성된 야당 지도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총공세를 펴는 상황에서 사드는 미아(迷兒)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처음 사드 문제로 한국에 모멸감을 안겨줄 정도로 거만했던 중국은 이제 가만 놔둬도 한국 스스로 뒷걸음질하는 상황을 느긋이 즐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정녕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인가? 대북 관계에서, 대일 문제에서, 국내 정치적 교착 상태에서 수없이 무력감을 체험해온 우리지만 요즘처럼 이렇게 심한 무력감을 느낀 기억이 없다. '우병우 사태'는 이 무력감에 더 큰 무력감을 얹고 있다. 대통령이 우병우 수석에 그렇게 집착할 정도로 우리 대내외 정세는 한가한가? 총선에서 지면서 이미 레임덕은 시작됐는데 특정 언론과 좌파 세력을 같은 줄로 묶어 세운다고 정권 말기가 온전해질 것인가?

해답은 있다. 우리가 '방어'에만 머물지 말고 '공격'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통령은 사드가 오로지 대북용이고 방어용이라는 것을 대내외에 강조하는데 사드가 미국 것이 아니고 '우리 것'이면 그나마 생존용(生存用)으로 통할 수 있다. 그러나 사드 가지고도 이 안보 난국을 타개할 수 없다면 핵(核)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해야 한다. 북이 SLBM으로 가면 우리도 원자력 잠수함으로 가고 이지스함의 미사일 요격 체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우리가 사드건 뭐건 '방어'에 머물고 있는 한 우리의 선의를 믿어줄 주변국은 없고 우리의 국방력을 두려워할 적대국은 없다. 내가 공격을 받으면 맞받아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믿을 때 상대방이 자제하게 된다는 것은 인류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이 계속 동해안으로 날아가면 머지않아 일본은 여론몰이를 통해 핵무장으로 나설 것이다. 전쟁할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되고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면 일본의 평화주의자들도, 미국의 반핵주의자들도 일본의 핵무장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계속 수세로 가면서 중국에 떨고 북한에 휘둘리면 언젠가 미국은 핵무장을 일본에만 허락하고 사사건건 시비에 휘말리는 한국에는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 사태가 올 것이다. 지금의 한국은 너무 한가해 보이고 너무 무기력해 보일 뿐이다.

[키워드 정보]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드(THAAD)란?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