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27일 재무장관 회의에서 작년 2월부터 중단했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재개(再開)하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한국이 (통화 스와프 재개를) 제안했고 일본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국가 간 통화 스와프는 마치 마이너스 통장처럼 급할 때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쓰고 나중에 갚을 수 있게 미리 합의해 두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8년 전 글로벌 위기 때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맺어 부족한 달러를 지원받았었다. 이번 합의는 정부가 금융 위기에 대비해 미리 방파제를 쌓아 두는 의미가 있다.
통화 스와프는 한·일 양국이 필요해 다시 추진되는 것이다. 한국은 다양한 외화 공급처를 확보할 필요가 있고, 일본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엔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국제 금융시장에 한 푼이라도 엔화를 더 풀어야 한다. 따라서 양국은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을 지켜 이 문제에 다른 해석이 끼어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양국은 애초에 2001년부터 14년 넘게 유지됐던 한·일 통화 스와프가 중단됐던 이유가 독도나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정치 갈등과 자존심 싸움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이번 합의에 대해 일본 내에서 "한국이 체면을 버리고 실리를 챙겼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주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이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믿는다"고 말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다시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이 연내(年內)에 금리를 올리면 달러 수요가 급증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에서 또다시 급격한 달러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 같은 잠재 불안 요인도 여전하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700억달러에 달하고, 경상수지도 3년 넘게 흑자를 기록 중이다. 당장 충격이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정부는 이번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 재개를 계기로 미국·중국 등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 등 외환 분야 협력도 시급히 강화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