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낙엽송

    입력 : 2016.08.27 03:00

    숲이 단풍잎 다 떨구고 난 11월 초순은 낙엽송의 시간이다. 뒤늦게 홀로 물들어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황량한 무채색 산과 들을 황금빛으로 밝힌다. 한적한 산골 곳곳에 30m까지 늘씬하게 솟아 노란 바늘잎 달고서 가을을 전송한다. 국립 산림 체험 시설인 횡성 숲체원도 참나무 다음으로 많은 수종(樹種)이 낙엽송이다. 초겨울 서리 내린 태기산 자락을 따스한 빛깔로 감싼다.

    ▶침엽수를 간단히 구분하는 방법은 바늘 모양 잎을 보는 것이다. 소나무는 잎이 두 개씩, 리기다소나무는 셋씩, 잣나무는 다섯씩 모여 있고 20~30개가 무더기로 달린 게 낙엽송이다. '낙엽 지는 소나무'라는 뜻이다. 침엽수인데도 메타세쿼이아·낙우송처럼 가을에 잎이 떨어진다. 정식 이름은 일본잎갈나무다. 일본 원산으로 '잎갈이하는 나무'라는 의미다. 1900년대 초에 조림수(造林樹)로 들여와 헐벗은 산을 푸르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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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 태백산국립공원 사무소가 태백산 일대 나무의 11.7%를 차지하는 일본잎갈나무 50만그루를 내년부터 5년 동안 베어내겠다고 밝혔다. 그 자리엔 참나무·소나무 같은 토종 나무를 심겠다는 것이다. 일본 원산 외래종이 국립공원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태백산은 지난 22일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태백산 낙엽송은 1960~70년대 한창 산림 녹화할 때 심어 지름 1m 거목으로 자랐다.

    ▶민족의 영산(靈山)이자 백두대간 주능선 태백산을 원래 식생(植生)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5년 만에 50만그루를 벌목하겠다는 발상이 놀랍다. 단기간에 나무를 베고 운반하면서 생태계가 심각하게 망가질 것이다. 외래종이어서 벌목하겠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런 이유라면 구례 산수유 마을이나 장성 축령산, 부산 성지곡수원지 같은 편백·삼나무 숲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산수유는 중국, 편백·삼나무는 일본 원산이다. 자생종이냐, 외래종이냐를 따지기 시작하면 나라 꽃 무궁화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일본잎갈나무는 100년 넘게 우리 토양과 기후에 적응하면서 토착화한 지 오래다. 무엇보다 원산지가 어디든 나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우거진 숲을 이뤄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나무들을 몰살시키겠다는 생각이 섬뜩하다. 아산 현충사처럼 상징성이 두드러지거나 나무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곳이라면 또 모르겠다. 시끄러워지자 환경부가 어제 "일본잎갈나무 벌목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태백산이 국립공원 되고 나서 맨 먼저 짜낸 아이디어치고는 참 엉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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