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 소환을 앞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롯데그룹의 수뇌부인 정책본부를 9년 동안 맡아 그룹 경영과 자금 흐름 전반을 책임진 핵심 인사였다. 그는 유서에서 "비자금은 없다"며 검찰이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비자금 조성 의혹을 부인하는 유언을 남겼다.
이 부회장의 자살 동기가 심리적 압박 때문인지, 아니면 위법 사항에 대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애초 속전속결을 장담했던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검찰은 지난 6월 초 대대적인 압수 수색으로 수사에 착수했으나 핵심 용의점인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선 아직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등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수천억원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를 잡아냈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세 200억원 부정 환급 혐의도 찾았다고 한다. 성과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 관련 의혹은 제대로 밝혀낸 것이 없고 주변만 맴도는 양상이다. 수사가 장기화되면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고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전방위로 벌여놓은 롯데 수사의 전선(戰線)을 압축하고 속도를 올려 핵심 의혹을 신속하게 밝혀내야 한다.
지금 검찰에 소환되는 롯데 사장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이 부회장은 죽음까지 선택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가 사실을 밝히지 않고 침묵의 길로 가버린 것은 진실 규명을 원하는 국민 입장에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핵심 정보를 쥔 그의 자살로 수사의 연결 고리가 끊길 우려가 있다. 죽음으로써 진실을 덮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악습이며 결코 선례가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