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세계 71개 주요국 간의 무역액이 14조4250억달러에 머물러 작년보다 5.4% 줄었다고 세계무역기구(WTO)가 밝혔다. 작년 상반기 11.7%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감소해 2010년 이후 6년 만의 최소 규모로 감소했다. 무역액이 2년 연속 쪼그라든 것은 2008년 글로벌 위기 때도 없던 현상이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원유·철강 등 원자재 교역이 위축된 데다 유럽·미국 등의 보호주의 추세로 글로벌 시장을 지배해온 자유무역의 대원칙마저 퇴조할 조짐이다.

무역 위축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특히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작년 5% 줄었던 우리 수출은 올해 상반기 9.9% 줄어 감소 폭이 세계 평균의 2배나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화 값은 7월 한 달간 2.6%나 올라 외환 거래가 많은 27개국 통화 중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 신흥국 통화 가치가 오르는 추세 속에서 나타난 현상이라지만 수출 경쟁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당장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경영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전경련은 원화 값이 10% 오르면 기업 영업이익이 0.8%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이 올해 한국을 환율감시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정부가 나서기 어려워졌지만 급격한 원화가치 변동으로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는 것까지 방치해선 곤란하다. 의도적으로 원화 값을 내리는 과거식 처방은 불가능하지만 투기세력 탓에 원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 수출이 위축되는 것은 정부가 막아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달라진 무역 환경에 맞춰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 조선·해운 등 수출 주력 업종의 재편을 서두르고, 내수(內需) 시장을 키워 수출에 국내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의존하는 구조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 모두 당장 변하지 않으면 갈수록 쪼그라드는 세계 무역 시장에서 한국 경제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