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 18일 우리 동해의 공해 상에서 대규모 실전 훈련을 했다. 중국 해군 소속 미사일 구축함의 대항 훈련에 최신형 전략 폭격기와 조기 경보기까지 동원됐다고 한다. 훈련 사실을 보도한 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훈련 현장에 포연이 자욱했다'며 미사일과 함포 실탄 사격까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중국이 동해 상에서 단독으로 병력을 동원해 실전 훈련을 벌인 것은 이례적이다.

해방군보는 이번 훈련의 성격을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은 정례 훈련'이라고 했다. 구태여 대한해협을 파고들어 동해까지 진출해 훈련을 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주변국의 의심과 우려는 당연하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는 한·일을 동시에 겨냥한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중국이야말로 이런 반응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중재재판소 영유권 판결 직전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여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영유권 판결에서 패배한 뒤에는 분풀이라도 하듯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중국해에서도 군사훈련을 했다.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대화와 협상보다는 군사력을 내보이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 대국의 근육을 자랑하면 주변국이 겁에 질려 양보할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하지만 동·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무력시위는 미·일 동맹 강화, 미·베트남 화해,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 등 하나같이 중국의 안보 이익에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만 강화시켰을 뿐이다. 특히 일본은 중국의 군사 위협을 구실로 평화헌법 개정과 재군비를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다.

중국이 사드를 문제 삼아 과잉 행동을 반복한다면 한국에서도 똑같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중국이 진정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곳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