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21일 고별 기자회견 등에서 전당대회 상황과 관련, "어느 한 계파가 당 전체를 장악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면 당을 효율적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다른 인터뷰에서는 "새누리당이 친박, 더민주가 친문으로 간다면 중간지대에서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총선 석 달 전 더민주에 들어간 김 대표는 27일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와 함께 물러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더민주 전당대회는 김 대표의 말 그대로 흘러가고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이 친노(親盧)나 친문(親文)의 압도적 우위 속에 진행되고 있다. 이미 결과가 나온 여러 시·도당 위원장 당선자는 거의 전원이 이 계파 사람들이다. 이대로 가면 더민주의 별칭은 '친노·친문당'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지난 총선 때 친박은 철저한 심판을 받았으나 친노·친문은 오히려 어부지리를 얻다시피 했다. 그들이 뭘 잘해서가 아니라 친박의 폭력 공천과 상상을 초월하는 전횡에 대한 심판 분위기 뒤에서 의석을 챙겼다. 이제 작년 말 친노 패권 때문에 분당됐던 상황이 불과 몇 달 만에 그대로 재연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싸워야 할 곳은 국회의사당"이라며 "정치가 거리의 구호와 선동의 말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다. 당의 전반적 체질에 대해서는 "세상 변하는 것 모르고 헛소리하는 사람이 많은 정당"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정당"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만들어내는 정당"이라고 했다.

지금 당 대표에 나선 세 후보는 경쟁적으로 철 지난 선명성 경쟁으로 일관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당선되면 사드 배치를 뒤집겠다고 했고 대통령 탄핵 얘기까지 꺼냈다. 당 강령에 '노동자' 한 단어가 들어가야 되느니 마느니 하며 싸웠다. 민생은 아랑곳없이 눈앞의 정치적 이득에 눈이 멀어 이념 싸움이나 하는 체질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마저 한·미 동맹이 갖는 엄중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당에 누가 더 신뢰를 주겠는가. 친노·친문 정당, 강경파가 득세하는 선동 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의 심판이 이번엔 그들을 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