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마다 "곧 폭염 끝난다"… 양치기 기상청

조선일보
  • 김성모 기자
    입력 2016.08.20 03:00 | 수정 2016.08.20 08:01

    [16일→18일→22일→24일… 폭염 누그러진다며 '희망고문']

    올여름 장마도 못 맞히더니 폭염 예보까지 줄줄이 오보 행진

    기상청 "기압계 정체한 탓"
    장맛비 오보 때도 비슷한 변명… 베테랑 전문가 없다는 점도 문제

    올여름 장맛비 예보를 연방 틀린 기상청이 장마 기간이 끝나자 이번엔 폭염·열대야 등 더위 예보에서 줄줄이 오보(誤報)를 내고 있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11일 기상청은 "11~14일까지 올여름 폭염이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이후 폭염이 꺾이기는커녕 수은주가 더 치솟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19일에도 대전(37.3도)과 충주(36.2도) 등 전국 상당수 도시의 낮 기온이 기상청의 당초 예상과 달리 올 들어 가장 높게 치솟았다. 특히 서울의 경우 최근 열흘간 폭염이 꺾이는 시점에 대한 기상청 예보가 당초 16일에서 18일→22일→24일 이후로 연거푸 미루는 오보 행진을 벌이면서 "양치기 소년 예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광복절→주말→내주 후반 이후

    기상청의 빗나간 폭염 예보
    기상청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다음 주 중반까지 무더위가 이어지다 다음 주 후반부터 기온이 조금씩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록적인 더위를 기록한 올여름 폭염이 꺾이는 시점을 내주 후반으로 또다시 연장한 것이다. 당초 기상청은 지난 10일 발표한 중기 예보(10일치)에서 광복절(15일)만 지나면 16일부터 서울의 낮 기온이 섭씨 30~31도를 기록해 폭염이 대폭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예보에선 폭염이 꺾이는 시점을 '18일 이후'로 연장했다가 정작 18일이 되자 '이번 주말(21일)을 기점으로 꺾인다'고 예보했고, 다시 19일이 되자 '24일(수) 이후'에야 폭염 현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보한 것이다.

    수도권 지역 열대야(熱帶夜·하루 중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날) 현상도 지난 10일 예보에선 17~18일쯤엔 끝날 것으로 예보됐지만, 정작 19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섭씨 27.2도를 기록하는 등 밤새 더위가 이어졌다. 기상 전문가들은 "여름철 국지성 비 예보는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이처럼 기온 예보가 오락가락하며 틀리는 것은 드문 현상"이라고 말했다.

    ◇"꽉 막힌 고속도로 상황" 변명

    잦은 날씨 오보에 시민들은 답답해하지만, 기상청은 판에 박힌 변명만 내놓고 있다. 기상청은 19일 '최근 무더위 원인과 전망' 자료에서 "무더위가 이어지는 원인은 일본 동쪽 해상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주변 기압계 흐름을 꽉 막고 있어 지상 부근에 달궈진 공기가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컨대 공기 흐름이 정체되면서 끝날 줄 알았던 폭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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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기 온다는 말도 없었는데… - 19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이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고 있다. 이날 서울 곳곳에서 많게는 18㎜까지 비가 내렸지만 기상청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 오후 5시가 돼서야“서울 지역에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예보가 아닌 비가 내리는 실황을 중계한 셈이다. /김지호 기자
    기상청은 지난달 줄줄이 장맛비 오보를 낸 원인에 대해서도 같은 설명을 되풀이했다. 신도식 기상청 예보국장은 지난 16일 '장마철 강수 예보 개선 토론회'에서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정확하게 도착 시각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한 것처럼 (올여름 장마철엔) 대기가 정체해 (장맛비를) 예측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오보를 낸 것은 기압계 정체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상 전문가 A씨는 이에 대해 "기압계 정체까지 예측하고 감안해서 예보하는 게 기상청의 역할"이라며 "기상청이 '예보 능력이 떨어진다'고 자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예보가 정확하려면 ①수퍼컴퓨터와 ②컴퓨터에 설치한 소프트웨어(수치 예보 모델) ③이를 정확히 해석하는 예보관의 능력이란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올 2월부터 532억원 주고 사온 수퍼컴퓨터 4호기가 가동된 데다 세계적으로 정확도가 높다는 수치 예보 모델까지 들여와 예보에 사용되고 있다. 이에 예보가 자꾸 틀리는 것은 결국 '컴퓨터'가 아닌 '사람'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기상청엔 베테랑 예보관이 없는 게 문제"라며 "예보만 잘하면 파격적으로 승진시켜 주는 등 예우도 잘해주고 경쟁도 일으키는 식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올여름 더위 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15명으로 집계돼 지난 2011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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