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치료 중단한 어느 당뇨 환자에게

  • 송태호 송내과의원 원장·의학박사

    입력 : 2016.08.20 03:00

    [송태호의 의사도 사람]
    30대 초반에 고혈당… 약값 부담돼 치료 포기
    당뇨는 평생 지고 가는 병…부디 포기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 받기를…

    P씨께.

    최근 몇 개월간 병원에 오시지 않아 무슨 일인가 걱정됩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으니 아마도 어디론가 이사 가서 다른 병원에 다니고 계시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시나요? 제가 응암동으로 병원을 옮기고 난 후 만난 환자 중 가장 혈당이 높았던 당뇨 환자라는 사실을.

    손끝 모세혈관에서 채혈해 검사하는 간이 혈당측정기는 대개 600㎎/㎗까지의 혈당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 높으면 '하이(high)'라고 나오죠. 식후 혈당이 200㎎/㎗가 넘으면 당뇨로 판정하는데 30대 초반인 P씨 혈당이 '하이'로 나와 당뇨병성 혼수가 생기지는 않을까 매우 걱정했습니다. 체중도 많지 않아 혹시 인슐린 분비가 부족한 '1형 당뇨'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지만 검사 결과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2형 당뇨'였습니다.

    [Why] 치료 중단한 어느 당뇨 환자에게

    저희 병원에 처음 왔을 대 이미 당뇨 진단을 받은 상태이지만 치료를 게을리했다며 저에게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했었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지만 수많은 당뇨 합병증에 대해 걱정하고 있기에 치료를 잘 따라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소화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신경학적 당뇨 합병증은 의심됐지만 몇 가지 검사 결과 불행 중 다행으로 콩팥에 특별한 합병증은 아직 없었습니다.

    가장 확실한 혈당 조절 방법인 인슐린 주사를 여러 가지 사정상 맞기 어렵다고 하였지만 그래도 저는 혈당을 조절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한 달 두 달 병원에 올 때마다 검사 결과가 눈에 띄게 호전되어 걱정을 한시름 놓았던 것이 지난겨울이었습니다. 그때도 한 달 정도 약을 드시지 않더군요. 약 먹을 돈이 없어서라고 말씀하시니 저도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당시 4가지 종류의 당뇨약을 복용하고 계셨는데,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에서는 아무리 심한 당뇨라도 3가지 당뇨약까지만 보험 혜택을 주고 있어 드시는 약 중 가장 싼 약을 비보험으로 처방해 드리는 게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겨우 일하게 된 직장에서 급여가 나오지 않아 병원에 못 왔다는 말에 큰 소리를 냈던 것을 사과드립니다. 그까짓 병원비 얼마나 한다고 돈 안 받을 테니 꼭 오시라고 했던 것은 어쩌면 저 자신에 대한 화풀이였는지도 모릅니다. 병원 진료만 받으면 뭐하나요? 몇만원씩 하는 약값을 낼 수 있어야 병을 고치는데 말이지요.

    건강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자꾸 잊습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불구경하듯 놔두다가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병원에 오실 때마다 드린 말씀이지만 당뇨는 낫는 병이 아닙니다. 평생 같이 가야 합니다. 학생이 공부하고 시험 치듯이 계속 약을 복용하고 검사도 해야 합니다. 당 조절이 안 되면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합병증이 생깁니다. 불과 20여년 전과 비교해 보면 먹는 당뇨약이 놀라울 만큼 좋아졌습니다. 여러 가지 인슐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당뇨의 근본적인 치료란 것은 없습니다.

    P씨.

    여태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기에 어디에 계시더라도 꼭 적절한 당뇨 치료를 받으세요. 아직도 날이 무덥습니다. 더위로 몸 안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기 쉬우니 조심하세요.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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