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사이비 의료, '경제 사범'으로 처벌해야

    입력 : 2016.08.16 03:15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의술은 과학적 검증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그렇기에 과거를 돌이켜보면 황당했던 치료법이 눈에 띈다. 그중 하나가 사혈(瀉血)이다. 피를 뽑아 질병을 고치는 치료다. 중세에 성행했고, 20세기 초까지 쓰였다. 혈액에 대한 지식이 없던 시절, 모든 병의 원인이 '나쁜 피'에 있다고 봤다. 그러다 사혈을 한 그룹과 안 한 그룹의 치료 효과를 비교한 과학적 대조(對照) 연구가 나오면서, 효과가 없음을 알게 됐다. 의학적 원리상 타당하지 않다는 점도 깨쳤다. 그 과정을 거쳐 사혈은 현대 의학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아직도 사혈로 병 고친다는 사람들이 있다. 한 한의원은 유방암 주변을 바늘로 찔러 암(癌) 사혈 요법을 한다. 대대적으로 광고까지 한다. 암 덩어리 안에는 혈액뿐 아니라 림프액, 암세포 괴사로 생긴 조직액 등이 혼재되어 있다. 이는 죽은 세포들이라 뽑아낸들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암 사혈을 통해 나온 거무칙칙한 피를 보여주며 '나쁜 피'가 나온 증거라고 한다. 주사 침을 써서 암으로 가는 혈액을 차단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암 덩어리 안에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혈관은 없어지지 않을뿐더러, 되레 어설픈 주사 침 조작이 암 전이를 촉발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상당수 한의사도 암 사혈은 정상적인 암 치료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중세 의료'가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시행된다.

    현대사회에서 환자에게 적용되는 의술은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겹겹의 장치 속에서 진행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감시를 받아 쓰인다. 복용하던 약물도 중간에 부작용이 발견되면 퇴출당한다. 뜻하지 않은 뇌졸중 발생 위험이 통상 1만명당 2명 수준인데 4명으로 밝혀졌다고 해서 사용 금지된 약물도 있다. 위험성이 두 배 높다는 이유다. 그만큼 의료 행위로 불의의 희생자를 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야식 먹는 것보다 안전한데도 장기 복용으로 암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문을 붙이는 게 현대 의료다.

    하지만 식약처와 건강보험 제도권 밖 '의료'는 아무런 검증 장치가 없다. 민간 의료 전문가라면서 방송에 나와 "담배는 천연 약초라서 몸에 좋다"고 말해도 제재가 없다. 한 대체의학 전문가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심폐소생술보다 배꼽 주변을 만져주면 좋다고 대중 강연을 다닌다. 일부 의원이나 한의원은 대조군 연구나 문헌 검증 없이 '○○주사' '○○약침'이 특효인 양 선전한다. 효과가 검증된 제도권 의료는 조그만 오용에도 진료비 삭감하고 과징금 물리는데, 효과가 불분명하고 어설픈 의료를 해도 아무런 검증 절차가 없다. 이런 코미디가 따로 없다.

    사이비 의료가 끊임없이 나오는 배경에는 경제적인 이득이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주술(呪術) 등으로 이득을 취하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조직에서 경제사범으로 처벌한다. '황당 의료' 책으로 돈을 번 민간 의료 전문가에게 400억원의 벌금을 매긴 적도 있다. 만성질환 고령사회로 갈수록 의료 수요가 늘면서, 사이비 의술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우리도 미국처럼 사이비 의료를 '국민 건강 위협하는 경제 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기관 정보]
    식약처는 어떤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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