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 10분쯤 전남 여수 마래터널 안에서 25t 대형 트레일러가 10중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켜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트레일러는 처음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무자비하다 싶을 만큼 150m를 달리면서 앞쪽 차량들을 밀어붙였다. 트레일러에 들이받히거나 트레일러와 터널 벽 사이에 끼인 승용차 중 몇 대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부서졌다. 사고 운전자는 경찰에서 "깜빡 졸았다"고 진술했다.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졸면서 운전하던 관광버스 추돌 사고로 4명이 죽고 37명이 다친 지 한 달도 안 돼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운전 중 백미러로 트럭이나 버스가 빠른 속도로 뒤따라오는 것이 보이면 불안해진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트럭은 화물까지 합치면 중량(重量)이 수십t씩 나가기 때문에 비상시 급정거도 쉽지 않다. 스치기만 해도 작은 차들은 순식간에 뒤집혀버린다. 봉평터널 사고 때 보았듯 트럭이나 버스에 깔리면 1초도 안 돼 승용차는 종이처럼 구겨진다.
정부는 봉평터널 사고 후 버스·트럭 등 대형 차량 운전자는 네 시간 연속 운전하면 최소 30분은 의무적으로 쉬게 만들겠다는 '교통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서울~부산, 서울~목포 정도를 빼면 해당되는 구간도 많지 않다. 여수 터널 사고를 낸 운전자도 운전한 지 30분도 안 됐다고 한다. 유럽연합(EU)은 장거리 운행 버스의 경우 두 시간 운전하면 30분 휴식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두 시간 운전 후 휴식'을 의무화하고, 선진국들처럼 경찰이 수시로 트럭·버스의 디지털 운행 기록 장치를 점검해 규정을 어겼을 경우 범칙금을 매기도록 해야 한다.
일본에선 운전자의 얼굴 방향과 눈꺼풀 뜬 정도 등을 감지하는 센서를 달아 졸음운전 때는 경고 신호가 나오는 장치를 다는 운수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운전자의 상태를 녹화하는 블랙박스를 달도록 의무화하기만 해도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트럭이나 버스에는 앞차와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자동으로 제동되는 장치도 달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