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 한마디에…

조선일보
입력 2016.08.13 03:00

복지부동 관료들, 전기료·사드·대구공항·연말정산 등 자주 번복

전기료 누진세 개편을 두고 복지부동(伏地不動)하던 산업통상자원부가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반나절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부 부처의 정책 뒤집기 행태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절대 바꿀 수 없다"던 정책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바꾸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주한미군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사드 배치 부지가 경북 성주의 성산포대로 결정된 뒤 국방부는 "군사적 효용성과 작전 가능성, 비용, 공사 기간, 이러한 것들을 기준으로 판단했다"며 "(성산포대는) 여러 기준에 따라서 최적합지로 판단한 부지로, 변함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4일 박 대통령이 TK(대구·경북)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새로운 지역이 있다면 면밀하게 조사해서 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주겠다"고 하자 바로 입장을 바꿨다.

박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언급한 대구공항 통합 이전 계획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대구공항 이전을 조속히 추진해 달라"고 주문하자, 지난 2014년 5월 처음 건의서가 접수된 이후로 내내 움직이지 않던 국방부는 곧바로 이전 용역 발주를 발표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자산총액 5조원→10조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2년여간 대기업·중소기업 이해관계 등을 이유로 "기준 상향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지난 4월 "대기업 지정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하자 공정위가 앞장서서 기준을 바꿨다.

지난 2014년 이른바 '연말정산 파동' 때도 정부는 같은 패턴을 따랐다. "연말정산 개편은 없다"던 기획재정부가 박 대통령이 "국민께 어려움 드리지 않도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바로 당일 입장을 정반대로 바꿔 연말정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연소득 5500만원 이하 근로자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던 이 개편안으로 면세자 비율이 높아졌고 그만큼 세수가 줄었다. 경제계에선 "정확한 원인 진단 없이 대통령 발언에 맞춰 부처 자체 분석 결과를 뒤집은 전형적 사례"라는 말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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