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전·현직 지도자들이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 모여 국정을 논하는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에 중국 정가에서 반부패·숙청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중국군 수뇌부의 장쩌민(江澤民) 인맥과 중앙·지방 정계의 후진타오(胡錦濤) 인맥 등이 표적이 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시 주석의 임기 연장 등 내년 19차 당 대회를 겨냥한 권력 구조 개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1인 독주 체제를 굳히기 위한 시 주석의 기선 제압용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낙마설이 돌고 있는 군부 인맥은 랴오시룽(廖錫龍) 전 중앙군사위원 겸 인민해방군 총후근부장, 리지나이(李繼耐) 전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고위급 인사 담당 주임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달 퇴역 군 고위 간부 모임 중에 연행됐으며 당 중앙기율위는 기율 위반 혐의로 이들을 조사 중이다. 기율 위반은 통상 비리를 가리킨다. SCMP는 "두 사람에 대한 조사가 베이다이허 회의에 앞서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누구?]

[후진타오 前중국 국가주석은 누구?]

랴오시룽과 리지나이는 장쩌민 전 주석에게 발탁된 인물이다. 중국 군부 내 '장쩌민의 대리인'으로 불렸던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사망)과 궈보슝(郭伯雄)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무기징역 복역 중)이 군부 서열 1·2위였다면 바로 그다음 서열에 있던 인물들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후진타오 전 주석 집권 10년 내내 이 네 명을 포함한 장쩌민 인맥이 수뇌부를 장악했다. 시진핑 주석이 권좌에 오른 2012년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장쩌민의 진정한 퇴임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시 주석이 궈보슝과 쉬차이허우를 창군 이래 최대 부패 사범으로 단죄한 것도 후진타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일종의 권력투쟁이었다. 랴오시룽과 리지나이에 대한 숙청은 그 연장선 위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후진타오 인맥도 이번에 반부패 칼날을 맞았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11일 "당 중앙기율위가 지린성과 랴오닝성 당서기를 역임한 왕민(王珉) 전인대 교육과학문화위생위 부주임의 당적을 박탈하고 사법기관에 이송했다"고 전했다. 왕 전 서기는 인사와 관련해 거액 뇌물을 받고 랴오닝성 서기 시절 발생한 부정선거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등 정치 기율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왕 전 서기는 안후이(安徽)성 출신으로 후진타오 전 주석과 동향이다. 후 전 주석의 고향 지시(績溪)현과 이웃한 화이난(淮南) 출신이라는 인연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2006년 12월 지린성 당서기에 임명될 당시 당 중앙위원이나 후보위원이 아닌데도 이례적으로 당서기에 임명됐다.

후진타오 정권에서 요직에 올랐던 여성 정치인들도 낙마설이 돌고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에 따르면, 마원(馬馬文) 전인대 상무위원, 선웨웨(沈躍躍) 전인대 부위원장이 각기 다른 사건으로 당 중앙기율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마원 상무위원은 지난해 비리 혐의로 구속된 마젠(馬建)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선웨웨 부위원장은 무기징역이 확정된 링지화(令計劃) 전 당 통일전선부장 사건 관련 혐의로 각각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 마원은 부패 척결을 총괄하는 당 중앙기율위 부서기를, 선웨웨는 공산당 인사를 담당하는 당 중앙 조직부 상무부부장을 지냈다.

한편 프랑스의 AFP통신은 "시진핑 주석이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10년 임기를 연장해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시 주석의 임기는 오는 2023년 초에 종료된다. 일각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해체해 집단지도 체제 대신 단일 지도 체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