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정부·여당 '군기 잡기']

새누리당의 새 당대표에 3선(選) 이정현 의원이 선출됐다. 최고위원에는 조원진·이장우·강석호·최연혜 의원과 유창수 후보가 뽑혔다. 이정현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그리고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고 패배주의도 지역주의도 없음을 선언한다"며 "민생만큼은 야당의 시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80년대 이후 보수 정당에서 선출된 최초의 호남 출신 당대표다. 비례대표를 거쳐 여당 불모지인 호남에서 3선에 성공한 그는 이번에 또 한 번 지역의 벽을 깼다. 그러나 정치 이력의 상당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 역할에 집중돼 있다. 대통령의 '심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위원 5명 중 강 의원을 제외한 4명도 친박계였다. 이런 결과를 두고 국민이 과연 새누리당이 변신했다고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오히려 친박의 '공천 학살'로 총선에서 40석 가까이 잃고도 새누리당이 정신을 못 차렸다고 느낄 것이다.

이번 새누리당 전대(全大)는 계파 대결로 시작하고 끝이 났다. 내년 대선 후보 선출을 염두에 둔 친박계와 김무성 전 대표간의 전초전이자 대리전이나 다름없었다. 대선 국면을 관리할 지도부를 구성하는 중요한 선거임에도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유력한 대선 후보도 없는 정당에서 벌어진 그들만의 싸움에 국민이 관심을 가질 이유도 적었다.

이런 현실은 이정현 대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 당대표 임무는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친박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만들려고 한다면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금 새누리당에 남은 것은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부 간의 감정 싸움과 그로 인한 사분오열뿐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마저 거스를 수 있어야 당이 살아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당다운 여당을 재건하는 것도 새 당대표의 몫이다. 지난 총선을 계기로 새누리당에 등을 돌린 지지층은 여전히 여당이 안 보인다는 말을 하고 있다. 여당의 재건이 없다면 재집권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

여당다운 여당은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이 그간 지키고자 했던 헌법적 가치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굳건한 안보를 통해 체제를 지키는 것이다. 여당이 과거 부패 행위를 반복하고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음에도 계속 다수당으로 만들어 준 것은 그나마 기본 가치를 지킬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은 경제에서 무능했고 사드 같은 안보 문제에서도 소극적이었다. 보수 정치의 근본을 고민하는 사람이 새누리당에 과연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대선 후보를 키우는 과제도 맡았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대선 후보들이 미흡하다고 판단될 때는 과감하게 새로운 후보군을 발굴하는 리더십과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대에서 벌어진 양상처럼 새누리당이 계속 국민의 관심 밖에서 맴돈다면 그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