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지난 4일 북한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모든 당사자는 이 지역의 긴장을 높이거나 서로를 도발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같은 날 열린 유엔안보리에서는 북의 도발 행위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자는 회원국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무작정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만 강조했다. 결국 공동성명 채택은 무산됐고 한·미·일 3국만 따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 북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강해오는 동안 어떻게든 막겠다고 나서기보다는 현상 유지나 최소한의 제재에 머물렀다. 지난 1월 북의 4차 핵실험과 2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이후엔 북을 비난하고 역대 최강의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에 동의했다. 그것도 한껏 시간을 끌다가 주요국이 모두 참여한 뒤에야 제재에 나서 마지못해 동참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번 노동미사일 발사에 최소한의 비판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당시의 그 제재 결정도 본심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한다.
CCTV나 인민일보 같은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한술 더 떠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이 북의 이번 미사일 도발을 불렀다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 급기야 5일 영자(英字) 관영 매체는 한국이 사드 배치 입장을 고수하면 중국이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나왔다. 북의 미사일 협박에는 입을 닫고 유엔 제재 대열 이탈까지 거론하는 것은 한국의 사드 배치가 밉다고 북의 핵무장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이 5차 핵실험을 하거나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을 쏘아 올려도 북이 아니라 한국에만 책임을 물을 것인가.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한·중 간에는 문화 행사나 단체 관광이 돌연 중단되고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보복 조치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7월 12일 국제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에서 패소한 뒤 미국이 국제해양협약에 가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 직후 일부 지역에서 미국계 KFC 체인점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인민일보가 사설을 통해 '불매운동은 어리석은 행위'라고 하자 단번에 가라앉았다.
반면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한국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보복을 선동하고 있다. 한국 내부의 남남 갈등을 부추겨 사드 반대 여론이 끓어오르기를 기대하는 듯하다. 미국에는 할 말을 다 못 하면서 '한류(韓流) 중단' '한국 기업 골탕 먹이기'로 나서는 모양새다. 미국과는 정면 대결하지 못하는 처지를 '한국 때리기'로 보상받으려는 심사인지 모른다.
중국은 북핵을 동북아 안정을 파괴하는 위협 요소로 보기보다는 그때그때 한반도 정책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중국이 이런 입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북이 불과 몇 년 후 핵 공격 능력을 완성하는 순간 동북아 정세는 중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중국은 사드가 북의 미사일 방어용이라는 본질을 하루빨리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