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올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평생교육 단과대학'이 시행 첫해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달 이 사업에 선정된 이화여대는 3일 사업 백지화 방침을 발표했다. 재학생들이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 설립에 반대하며 지난달 28일부터 학교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인 지 7일 만이다. 이대(梨大) 측은 "학생들의 반발이 커서 더 이상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힘들 것으로 보여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교육부와 대학이 함께 추진해온 사업이 학생들의 점거 농성이라는 실력 행사에 막혀 좌초되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

이대는 지난달 15일 평생교육 단과대 지원 대학으로 선정돼 30억원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알려지자 이대 재학생들이 본관 점거 농성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교수·교직원들이 사실상 감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학교 측은 경찰 투입을 요청했고 지난달 30일 경찰 1600여명이 투입됐다. 재학생들뿐 아니라 졸업생들까지 반대 시위에 나섰다. 지난 2일 저녁 최경희 이대 총장을 만난 동문들도 '총장 퇴임'까지 거론하며 사업 철회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안팎의 반발에 대학 측은 결국 사업 포기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최 총장은 이날 농성 중인 학생들을 찾아갔지만 대화를 하지 못했다. 일부 학생은 "최 총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한다"며 그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이대 교수는 "교수협의회 소속 몇몇 교수들도 최 총장의 책임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5000여명(경찰 추산)이 이대 캠퍼스에서 최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최경희(왼쪽) 이화여대 총장이 3일 학교 본관 앞에서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추진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 점거 농성 중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 "점거 계속하겠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불러온 근본 원인은 교육부가 졸속으로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을 추진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작년 12월 29일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지난 5월 6개 대학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신청 요건을 더 완화해서 추가 신청을 받았다. 이대는 6월 10일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7월 15일 선정됐다. 이대 학생과 동문들의 반발이 컸던 이유 중 하나는 학교 측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추진한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관계자는 "추가 신청부터 접수 마감까지 기간이 4주밖에 되지 않아서 학내 여론을 수렴하는 자리를 만들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사업에 선정된 10개 대학에 2017학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라고 요구했다. 이 일정에 맞추려면 당장 9월부터 학생을 모집해 2017년 3월부터 학위 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7월에 사업에 선정된 이대 등 4개 학교는 준비할 시간이 두 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화여대와 같은 시기에 이 사업에 선정된 대학의 한 관계자는 "두 달 만에 신입생을 뽑고, 여섯 달 만에 새로운 단과대학 학위 과정을 뚝딱 만들어내라고 하면 부실과 졸속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외국처럼 대학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교육부가 지원금을 주고 날짜를 지정해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결국 졸속 추진으로 인한 반발을 불러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 역시 고졸 출신 직장인들의 평생교육 기회를 막은 것처럼 비쳐 '집단 이기주의' 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