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공포' 대(對) '희망'

    입력 : 2016.08.02 03:10

    워싱턴의 흑인 택시기사는 "평생 '녹색'만 추구해 온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환경에 관심 있었나? 달러 지폐의 녹색 뒷면(Greenback), 돈 얘기다. 스쿨버스 운전하다 은퇴했다는 백인 남자는 "이제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가구 배달 온 백인 청년은 "트럼프로부터 미국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에서 사람 만나거나 모임 가면 화제가 늘 대선이다. 누군가 사정했다. "제발 5분만이라도 힐러리, 트럼프 얘기 하지 말자"고.

    ▶트럼프는 '공포'를 팔고 힐러리는 '희망'을 판다. 트럼프는 변화를, 힐러리는 안정을 말한다. 트럼프는 "나"와 "미국 우선"을, 힐러리는 "우리"와 "다 함께"를 내세운다. 트럼프는 벽을 쌓자 하고 힐러리는 길을 내자 한다. 트럼프는 백인 민심을 겨냥하고 힐러리는 소수 인종과 이민자에게 귀 기울인다. 트럼프 얘기는 박력 있지만 위험하고 힐러리 말은 밋밋해서 지루하다. 

    [만물상] '공포' 대(對) '희망'
    ▶서점에 가보니 진열대 잡지 기사 제목이 하나같이 부정적이다. '미국 정치는 어쩌다 이렇게 미쳐 돌아가나' '포퓰리즘은 이렇게 멍청한가'…. 경제와 안보는 9·11 테러나 2008년 금융 위기 같은 중대 위기라고 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벼랑 끝에 몰린 듯한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양극화와 세계화에 치여 뒤처진 사람들의 좌절과 분노를 기존 정치권이 감지하지 못한 탓이다.

    ▶힐러리와 트럼프가 전당대회를 마치고 100일 대장정에 나섰다. 첫 유세지 펜실베이니아주는 미국 제조업 중심이었다가 쇠락한 러스트 벨트(Rust belt)다. 이번 선거에서 대표적인 승부처다. 미 대선은 선거인단 538명 중 270명의 표를 누가 먼저 얻느냐로 승부가 갈린다. 40개주쯤은 결과가 뻔해 후보들이 가지도 않는다. 대신 경합 주(Swing state) 10여곳에 화력을 집중한다. 언론이 일기예보하듯 매일 전하는 접전 지역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이다.

    ▶올해 대선은 사상 최악의 비호감 후보 대결이다. 투표장 가는 사람들 마음은 크게 둘이다. 좋은 후보 당선시키기 위해, 아니면 더 싫은 후보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후자의 마음으로 투표하면 예측이 훨씬 어렵다고 한다. 주류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백인의 공포가 트럼프를 당선시킬까. 유색 인종이 단합해 좀 지루해도 준비된 후보 힐러리 손을 들어줄까. 지난 30년 대선 결과를 정확히 내다본 예측 모델이 있다. 그걸 만든 교수조차 이번엔 선뜻 답을 못 내놓고 있다. 선거에서 100일은 영겁(永劫) 같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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