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변인이 1일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 문제에 대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며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공식 일정에 복귀한 날이었다. 박 대통령은 우 수석에 대한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보름이 넘도록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 수석과 그의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지적은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 강남 땅 특혜 거래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은 탈세(脫稅), 부동산 위장 거래, 농지법 위반 같은 불법·위법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그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장부상의 유령 회사)나 차명 부동산 보유처럼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사안까지 터져 나왔다. 아들의 의경 특혜 근무 의혹은 점점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가족 생활 전체가 특권(特權)과 탈법으로 버무려진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보통 공직자라면 이런 의혹 가운데 한두 가지만으로도 인사 청문회나 검증을 통과하기 힘들 것이다.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가 23년 전 음주 운전 사고로 벌금 100만원을 물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도 큰 문제다. 다른 자리라면 몰라도 음주 운전을 예방하고 단속해야 할 책임자로서는 중대한 하자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20년도 더 지난 일인 만큼 결격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청와대가 먼저 이런 흠을 밝히고 국민의 판단을 구하는 게 당연한 도리다. 하지만 청와대는 무슨 이유에선지 감췄고 국민은 TV조선이 보도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 우 수석은 이미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검증을 의도적으로 부실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그런 상황에서 또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곧 몇 부처 장관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개각 외에도 대법관(9월)과 헌법재판소장(내년 1월)을 비롯해 앞으로 새로 임명해야 할 주요직만 수십 명이고, 공공 기관 사장·임원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이다. 8·15 특별사면도 임박해 있다. 의혹 덩어리인 민정수석이 도덕성과 직무 능력을 검증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판관(判官) 노릇을 한다면 도대체 누가 수긍할 것이며 나라 꼴은 어찌 되겠는가.
지금 국정은 외교·안보, 경제 등 어느 한 분야 빠지지 않고 꽉 막혀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불통(不通)형, 밀어붙이기형 인사(人事)와 국정 운영으로 숱하게 비판받아왔고 지지율 하락의 많은 원인도 여기서 비롯된다. 박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그럴 것인지 국민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