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도심에서 올림픽 분위기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무장 군경의 삼엄한 경계 장면이 그나마 올림픽을 느끼게 해줄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들떠 있는 브라질 사람들이 있다. 바로 리우의 빈민촌 파벨라(Favela) 주민들이다. 파벨라는 포르투갈어로 도시 주변 슬럼가를 뜻한다. 브라질 사람들에게도 무서운 곳이다. 대낮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마약 거래 등의 범죄가 일상인 곳으로 인식돼 있다. 브라질 교민으로부터 "잘못 들어가면 영원히 나오지 못한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도 들었다. 우리 외교부도 브라질 여행자들에게 파벨라에 가지 말 것을 권고한다.

삼바! 외국인들도 파벨라서 단체 댄스 - 범죄와 가난에 허덕이던 브라질 리우의 빈민촌 '파벨라'도 모처럼 찾아온 희망으로 설레고 있다. 브라질 파벨라 청년들이 외국 관광객들과 함께 카포에이라(브라질 전통 무술 겸 춤)를 추는 모습.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파벨라를 빼고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를 설명할 수는 없다. 리우에만 파벨라가 300여곳이고, 그 안에 리우 인구(650만명)의 10% 이상이 살고 있다. 본지는 지난 29일과 30일(현지 시각) 이틀에 걸쳐 리우의 파벨라 두 곳을 찾아가 그 속을 들여다봤다.

31일 리우 최대 파벨라인 호시냐를 찾아가면서 만약에 대비해 숙소에 여권, 지갑, 노트북 등을 두고 왔다. 입구에 차를 세우고 파벨라 청년들이 운행하는 오토바이 택시에 몸을 실었다. 파벨라를 둘러볼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오토바이는 콘크리트로 조성된 작은 광장을 향했다. 한쪽에선 어린아이들이 바람 빠진 공을 차고, 다른 쪽에선 10여명이 한데 모여 춤을 추고 있었다. 미국, 네덜란드, 호주 등 외국에서 온 관광객도 일부 보였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케빈(37)씨는 "진짜 리우를 보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브라질 청년들은 리우올림픽을 뜻하는 '리우 2016'이 적혀 있거나 브라질을 상징하는 노란색, 초록색 바지를 입고 춤을 추고 있었다. 무얼 하는 거냐고 묻자, 땀에 흠뻑 젖은 한 청년이 "올림픽을 맞아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우리가 좋아하는 카포에이라(브라질 전통 무술 겸 춤)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어 "올림픽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TV를 집 밖으로 꺼내 다 함께 응원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한쪽 벽면엔 그라피티(거리 낙서)로 'esperança'라고 쓰여 있었다. 포르투갈어로 '희망'이란 뜻이다.

파벨라 누비는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 - 올림픽을 앞둔 리우 파벨라 '비지가오'의 입구.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은 기자를 보자 다가와서 금액을 제시하며 탑승을 권했다.

[다가오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

총성이 끊이지 않았던 파벨라 '모로 도스 프라제레스'에선 주민들이 경찰과 휴전을 맺어 63일째 '총격전 없는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경제난과 정치적 혼란에 휩싸인 리우에서 보기 드문 성공 스토리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올림픽이 브라질 최대 골칫거리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다.

취재팀이 찾은 또 다른 파벨라 '비지가오'도 겉모습 자체가 바뀌고 있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의 골목 곳곳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올림픽을 맞아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산뜻한 카페와 식당이 새로 들어선 곳도 있었다. 한 식당은 점심시간인데도 앉을 자리가 없었다. 브라질과 칠레를 오가며 사업을 한다는 티아고 라이스(38)씨는 "올림픽을 계기로 파벨라도 바뀌고 있다"며 "몇몇 파벨라는 관광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