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시위 그 후...LG 야구가 달라졌다고?

입력 2016.07.31 10:24

2016 프로야구 KBO리그 LG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관중석에 LG 구단 관계자와 양상문 감독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7.28/
현수막 시위로 골머리를 앓은 LG 트윈스. 거짓말 같이 연승을 기록하며 시위를 벌인 팬들을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시위의 효과(?)가 있었던 걸까.
LG는 3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13대5로 승리를 거두며 4연승을 내달렸다. 3연전 2번 연속 위닝시리즈 확정. 40승1무50패 8위. 중위권 경쟁팀인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어 순위 상승은 없었지만 괜찮다. 4위 SK 와이번스와 4경기, 5위 KIA와 3.5경기 차이 뿐이다. 치고 나갈 줄 알았던 SK와 롯데 자이언츠가 부진으로 중위권 혼전에 뛰어들어주면 추격하는 팀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LG는 팬들의 현수막 시위에 홍역을 치렀다. 7월 들어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팬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종종 경기장 외야에서 양상문 감독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겨도 소용없었다. 27일 롯데전에서 승리하고, 28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이기고 있는데도 외야에는 더 큰 현수막이 설치됐다. 문구도 노골적이었다. 양 감독에 이어 프런트까지 대상이 됐다. 이 뿐 아니었다. 경기 후 중앙출입문 앞에서 성명서도 낭독했다. 감독을 경질하고, 프런트 개혁 등을 외쳤다. 이날 경기 선발 등판을 했던 주장 류제국은 경기 후 "이기고 있는데 이런 현수막이 걸리면 선수들의 힘이 빠진다"며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의 무안한 일이었다.
그렇게 아픔 속에 창원 원정을 떠난 LG 선수단. 집중력 있는 모습으로 2연승을 따냈다. 29일 0-1로 뒤지던 8회초 박용택의 극적인 역전 결승타가 터졌다.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진 경기. 30일 경기는 최근 부진했던 헨리 소사와 루이스 히메네스 외국인 선수들이 선봉에 섰다. 2경기 모두에서 젊은 선수들이 활기찬 플레이를 했다. 덕아웃 분위기는 긴 연승을 탄 팀만큼 좋아보였다. 선수들이 열심히 파이팅을 내고, 웃으며 경기를 즐기는 모습.
경기 성적이 좋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선수들이 조금 더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결과다. 주장 류제국은 "팬들의 마음도 알지만, 정도가 지나친 시위에 충격도 받았다. 결국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 감독도 뚝심을 잃지 않고 있다. 중요한 시기 지친 히메네스에게 휴식 시간을 부여하기도 했고, 이형종 장준원 이천웅 정주현 김지용 이승현 등 젊은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늘렸다. 성적에 조급하지 않고, 팀 체질 개선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후반기 더 확실한 노선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던 양 감독이었다.
팬들의 반응도 바뀌고 있다. 정도를 넘는 시위는 LG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잘했으면 하는 선수들이 이어지는 비난과 악플에 상처를 받는다. 차라리 시즌 끝 정확한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 응원을 보내는 것이 맞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확실한 건 선수단은 힘을 받는다. 상상 이상으로 선수단은 팬들의 반응을 시경 쓰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시위를 벌인 일부팬들이 연승의 결과를 두고 '우리가 시위를 했기에 야구가 달라졌다'고 위안을 삼는 일이다. 매우 무책임한 생각이다. 결과론적으로, 시위 이후 성적이 달라졌지만 선수단은 이번 일로 큰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신들의 의견이 모든 LG팬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마냥 행동하면 곤란하다. 자신들이 야구장을 찾지 않아도, 수많은 팬들이 야구장 관중석을 메우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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