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줄 알았던 종이 문예잡지… 제2의 전성기?

    입력 : 2016.07.28 03:00

    딱딱한 기성 계간지 벗어나 대중성 있는 글로 독자 확보
    민음사·문학동네 등 뛰어들어… 신생 독립 문학지도 속속 등장

    문예 잡지가 새 바람을 맞고 있다. 종이 잡지의 침체기를 몸소 피력하던 문예지가 상업주의를 넘어 새 문학장(場)을 표방하며 속속 재탄생을 알리고 있다.

    출판사 민음사는 지난해 겨울 39년 역사의 종막을 알린 계간 '세계의 문학' 이후 격월간 '릿터(Littor)'를 다음 달 1일 창간키로 했다. 기존 편집위원 체계를 탈피해 민음사 내부 편집자들이 직접 제작하는 시스템으로, 계간에서 격월간으로 전환해 이슈에 대한 신속성도 챙겼다. 창간호 커버스토리는 '뉴 노멀(new normal)'. 대표 편집을 맡은 서효인 시인은 "기존 계간지가 문학 단행본에 가까웠다면 '릿터'는 잡지에 가깝다. 디자인도 큼직큼직하고 눈이 쉬어 갈 수 있는 페이지를 많이 뒀다"고 말했다. '릿터'는 초단편 소설·에세이 등 새로운 형태의 글 연재와 더불어 음악·영화 등 대중성 있는 필진 확보를 통해 독자 폭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종이 문예잡지가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향해 달라진 얼굴을 속속 내밀고 있다. '쓺' '릿터' '미스테리아' '더 멀리'(왼쪽부터).
    종이 문예잡지가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향해 달라진 얼굴을 속속 내밀고 있다. '쓺' '릿터' '미스테리아' '더 멀리'(왼쪽부터).
    지난해부터 새로 등장한 문예 잡지의 1년 성적표도 준수하다. 은행나무가 만드는 격월간 소설 잡지 '악스트'는 지난 1일 1주년 기념호(7호)를 발간해 초판 1만부 간행 돌풍을 7호까지 이어가고 있다. 1주년을 맞아 사진·시, 소설·에세이, 자연과학·문학의 결합 등 형식 개편도 시도했다. 백다흠 편집장은 "2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기존에 없던 포맷·디자인을 신기하게 봐주신 것 같다"면서 "딱딱한 기성 문예지에 등 돌린 독자를 끌어들인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미스터리를 전면에 내세운 격월간 '미스테리아' 역시 창간 1주년(7호)을 맞았다. 창간호의 인터넷서점 알라딘 소설 부문 1위 등극에 이어 최근 6호 역시 초판 3000부를 전부 팔았고, 7호는 4000부를 발행하며 미스터리 잡지 붐을 선도하고 있다.

    이 신종 문예 잡지들은 제도권 문학 너머의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김현·강성은·박시하 시인 3명이 만드는 격월간 '더 멀리'는 문학·비문학의 경계를 아우르며 등단·비등단 작가를 구분하지 않는다. 지난해 4월 크라우드펀딩(300만원)으로 창간해 "할 수 없는 건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건 한다"는 소박한 목표를 내건 이 잡지는 열악한 판매망에도 대부분의 호(각 500부)가 동났고 현재 9호를 준비 중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탄력을 받아 신생 독립 문학 잡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키친 테이블 라이팅(Kitchen Table Writing)을 표방한 계간 '영향력'과 시인들이 만드는 시 너머의 잡지 '눈치우기' 등이다.

    변화하되 문학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겠다는 결기도 있다. 지난해 4월 발족한 문학실험실이 내는 반(半)연간잡지 '쓺―문학의 이름으로'는 문학평론가 고(故) 김현의 비평 정신에서 출발한다. 문학의 위기를 문학의 내부 성찰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9월에 나올 3호는 '대중문화 시대의 문학'을 특집으로 삼는다. 편집 담당 최하연 시인은 "1·2호가 한국문학의 정체성과 전위·실험을 살폈다면, 이번엔 문학을 둘러싼 현재의 사회 분위기와 그에 따른 문학의 방향성을 탐색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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