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보] 신한은행 "워킹맘은 늦게 출근하세요"]
신한은행이 이번 주부터 직원 1만4555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6500명에게 재택근무와 스마트워크센터 이용, 출퇴근 시간 조정까지 자유롭게 허용하는 '스마트 근무제'를 도입했다. 삼성·LG 같은 대기업이 특정 직종에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인 사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조직 전체가 근무 형태의 혁신을 시도한 것은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은행 측은 '하루 9시간 근무'라는 원칙만 지키면 근무지를 자택이나 스마트워크센터로 하고, 근무 시간도 직원이 알아서 정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아이를 키우거나, 출퇴근 거리가 멀거나, 업무상 외근이 잦은 직원들이 본인 사정에 맞춰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이미 50여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이처럼 회사가 직원들에게 일하는 방식에 자율을 허용하면 유능한 직원들이 아이 키우느라 회사를 그만두는 경력 단절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주말부부처럼 개인 사정이 있는 직원들의 근무 효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 사무실 유지비나 비품 사용료 절감은 부수적인 이득이다. 업무 성과와 근무 태도를 감독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미국 기업의 81%, 유럽 기업의 66%가 자율근무제를 도입했다. 일본서도 도요타자동차가 전면적 재택근무를 내달부터 도입하고,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이달 들어 전 직원의 3분의 2에 달하는 1만8000명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 바꾸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인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말로만 수평적인 소통과 창의성을 강조할 뿐 여전히 출퇴근 시간을 따지고 야근과 휴일 근무까지 강요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풍토가 강하게 뿌리내린 금융계에서 신한은행이 먼저 관행을 바꾸려고 나선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신한은행의 시도가 사무직들의 일하는 문화를 전면 쇄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