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양대기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은 "지난 6월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섭씨 16.4도로 역대 6월 기온으로는 최고였다"면서 "지난해 5월부터 14개월째 매달 월평균 기온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NOAA와 별도로 지구 관측을 하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 고다드 우주센터의 개빈 슈미트 소장도 "올해 상반기 지구 평균 기온은 19세기 산업혁명 이전보다 1.3도 더 높았다"면서 "올해가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99%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NOAA와 NASA는 최근의 기온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엘니뇨 현상'을 지목했다. ▷기사 더보기
또한, 아시아 지역을 휩쓸고 있는 고온 현상은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교차하는 시기에 나타나는 엘니뇨 후유증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사 더보기
[엘니뇨→라니냐 바통 터치… 지구촌 폭염·폭우에 운다]
엘니뇨, 무역풍 때문이다?
위의 그림과 같이 지구에는 위도에 따라 극동풍, 편서풍, 무역풍이 존재한다. 적도로 부터 각각 북, 남으로 위도 30º까지는 무역풍이 분다.
지구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자전하므로 북반구에서는 바람의 방향이 북동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북동무역풍'이라 하고, 남반구에서는 남동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남동무역풍'이라 한다.
무역풍이 부는 섬이나 산지의 동쪽에서는 상승기류에 의한 지형성 강우가 발생하며 하강기류 쪽에는 비가 뚜렷하게 적다. 아열대 해상에서 불기 때문에 고온다습한 특징이 있다. 해상무역 시 해양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항해할 때 이용했기 때문에 무역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무역풍이 불면, 적도 지방에 집중됐던 열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동태평양에서 서태평양으로 이동 한다. 이런 이유로 서태평양 지역은 온도가 높고 (연중 28℃) 동태평양은 낮은 온도를 (연중 20℃)를 유지한다. 그런데 이 무역풍이 약해지면 서태평양의 따뜻한 바닷물이 동태평양으로 밀려나면서 페루 연안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가 나타난다.
엘니뇨와 라니냐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 혹은 '남자아이' 뜻하는 엘니뇨는 페루와 칠레 연안에서 일어나는 해수 온난화 현상으로 16세기에 페루의 어민들이 처음으로 이름 붙인 것으로 기록돼 있다.
남반구에서 부는 남동 무역풍은 바다의 따뜻한 표층수를 서쪽으로 보낸다. 표층수가 서쪽으로 이동하면 200~1,000m 깊은 바다의 해수가 상승하고 이 차가운 해수에는 플랑크톤이 가득하다. 한때는 페루가 정어리 등이 풍부한 어장으로 유명했던 이유다.
그런데 몇 년에 한 번씩 북쪽으로부터 난류가 흘러와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지면 정어리, 오징어 등은 사라지고 육지에는 홍수가 일어나 큰 피해를 입었다. 엘니뇨의 영향은 열대 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남아메리카 해안으로부터 태평양 중부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일어나며 어업, 경제 등 여러 방면에 영향을 주지만 특히 홍수나 가뭄 등의 기상 이변을 일으킨다.
엘니뇨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전 세계 기상이변을 불러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지구적으로 대기의 순환이 달라지면서 지역에 따라 여름철엔 가뭄과 홍수, 겨울철엔 한파와 이상 고온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즉, 엘니뇨가 발생하면 정상적인 기상 패턴이 깨져 보통 화창한 날씨인 남미 지역에서는 비가 많이 내리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열대성 강우가 쏟아지던 동남아시아에서는 비 구경이 힘들어지는 등 이변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엘니뇨 현상이 국제사회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은 그 강도가 이전보다 훨씬 세졌기 때문. 흔히 이를 가리켜 '수퍼 엘니뇨'라고 부른다. ▷기사 더보기
1977년 전에는 엘니뇨와 라니냐가 주기적으로 발생하였고, 엘니뇨보다는 라니냐가 더 강했었으나, 이후에는 라니냐 발생이 현격히 줄어든 반면 엘니뇨 발생이 빈번해졌으며, 엘니뇨의 강도 또한 강해졌다. 1982~1983년뿐만 아니라 1986~1987년에도 비교적 강한 엘니뇨가 발생했으며, 1990년부터 1994년까지는 약한 엘니뇨 상태가 지속하였고, 1997~1998년에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엘니뇨가 전 지구를 뒤흔들어 놓았으며, 그 피해는 실로 천문학적인 것이었다.
최근 100년간의 기후변화를 조사해 보면 그 변화폭이 점점 커지는 경향이며, 가뭄이나 홍수 등의 극단적인 기후 형태가 빈번해지고 있다.
1977년 이후에 나타난 엘니뇨들은 그 이전에 나타났었던 엘니뇨들보다 더 강한 경향을 보여 이제 엘니뇨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변질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더욱 북돋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 온도가 상승하게 되면 엘니뇨 현상이 더 빈번해질 것이며, 이로 인해 지역에 따라 가뭄과 홍수가 극심해지고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상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또한, 산림황폐와 사막화 역시 심각하게 대두하고 있으며, 1960 ∼1990년 사이 열대 우림의 20%, 아시아 삼림의 33%가 사라졌고, 해마다 세계적으로 607억 200만㎡의 땅이 사막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구온난화 때문에 국내 근해의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겨울인데도 난류성 어류들이 잡히는 등 바다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오고 있다.
지구온난화 현상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 계속 진행될 경우 머지않아 지구 온도가 평균 3.5도 상승하게 될 것이고 지구 전체 산림의 43%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를 의미하는 라니냐는 적도 무역풍이 평소보다 강해지면서 차가운 바닷물이 용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와는 반대로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아지면 라니냐라고 한다. 평균적으로 엘니뇨가 라니냐보다 더 빈번하게, 더 오랫동안 발생하지만 라니냐는 보통 엘니뇨가 끝나면서 시작된다.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원래 찬 동태평양의 바닷물은 더욱 차가워지고 이 찬 바닷물이 서쪽으로 이동하여 동남아시아엔 심한 장마가 오고, 중남미에는 가뭄이 오며 북아메리카 지역은 심한 추위가 온다.
라니냐로 인한 기상 변화는 식량 파동을 불러온다.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인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 등이 라니냐의 직접 영향권에 들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우빌라바 시드니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엘니뇨보다 라니냐의 파괴력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캐나다는 엘니뇨보다 라니냐 때 훨씬 더 건조해지며 이로 인해 곡물 공급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식량 파동은 옥수수·콩·커피·설탕·오렌지 등의 국제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다. ▷기사 더보기
우리나라는 엘니뇨의 직접적인 영향권에는 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간접적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등 기상이변 현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강수량이 평년을 밑도는 것도 엘니뇨의 영향이라고 한다. 이렇게 기상이변이 나타나면 기상현상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농수산물 가격이 오르는 등 추가 피해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 발달을 막는 걸림돌로도 작용한다.
라니냐·엘니뇨의 발생 원인과 주기 등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일반적으로 해수면과 불안정한 대기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한다고 퍼졌지만, 해저 화산 폭발이나 태양의 흑점 변화 때문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중률 높은 장기예보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엘니뇨는 장마와 같이 해마다 찾아오는 규칙적인 기후 현상이 아니라, 2~7년 주기로 나타나는 불규칙한 자연현상이기 때문에 그것의 영향을 받는 지역일수록 엘니뇨 예측과 그에 따른 대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참고: 기상청 기상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