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GMO 논란' 과학 제쳐두고 마녀사냥인가

조선일보
  • 이일하 서울대 생물학과 교수
입력 2016.07.27 03:14

이일하 서울대 생물학과 교수 사진
이일하 서울대 생물학과 교수

최근 중국에서 대박 난 영화 '온고(溫故) 1942'를 볼 기회가 있었다. 1942년부터 1944년까지 중국 허난성(河南省)을 휩쓸었던 대기근 상황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피폐해져 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굶주림을 모면하려고 아내와 아이들을 팔고, 대지주의 고고했던 딸은 비스킷 하나를 얻고자 하인에게 몸까지 스스럼없이 내놓는 극한 상황을 보면서 맛있게 익은 고구마를 까서 먹었다.

인류가 절대적 기아에서 해방된 것은 최근 일이다. 1960년대 집중적으로 진행된 녹색혁명 덕에 비로소 식량 생산량이 필요량을 초과하는 풍요로운 사회를 맞게 됐다. 녹색혁명의 견인차 구실을 한 것은 작물의 품종 개량이었다. 생산성이 높고 병충해에 내성을 가진 품종이 개발되면서 수확량이 획기적으로 증대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새로운 농생명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 유전자 한둘만 도입하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유전자 변형 생물) 기술이 개발되었다.

GMO가 인간이나 동물에 해롭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GMO에는 품종에 유용한 특성을 부여하는 유전자, DNA 한 조각이 들어가 있을 뿐이다. 또한 DNA 조각이 무작위로 유전체에 삽입되면서 혹여 일어나게 될 물질대사 교란을 우려해 철저한 성분 검사를 통해 안전하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이들은 우리 배 속으로 들어가면 그저 핵산과 단백질이라는 영양분으로 흡수될 뿐이다.

GMO 기술 개발 이전에는 필요한 유전자 하나를 얻기 위해 교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많은 유전자 도입이 불가피했다. 그런 품종에는 아무런 거부감이 없던 소비자들이 한두 유전자를 도입한 GMO 작물은 위험할 수 있다고 꺼림칙하게 여긴다. 과거 어떠한 신품종보다 철저한 안전성 검사, 성분 검사를 GMO 식품 승인 과정에 적용하게 된 건 이런 우려를 씻기 위해서다.

유럽에서 많은 식물과학 대가가 연명으로 서명하면서 GMO 농산물이 안전하다고 주장해도, 노벨상 수상자 100여 명이 GMO 반대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청해도 귀를 막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에는 미국 학술원이 최고 전문가단을 구성해 지난 20여 년간 발표된 논문 900여 편을 꼼꼼히 분석해 GMO가 안전하며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많은 인구학자가 2050년엔 세계 인구가 90억명이 넘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현재 작물 생산량으로는 90억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없다. 그때가 되면 전 지구가 '1942년 중국 허난성'이 될 것이며, 그 폐해는 식량을 확보하지 않은 나라에서 먼저 시작될 것이다. 식량 자급률이 23%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그 끔찍한 상황을 겪고 싶지 않다. 위기 탈출의 답은 GMO 작물 개발을 통한 생산성 한계 극복에 있다.

최근 한 지방에서 GMO 관련 연구 중단을 요구하며 GMO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GMO에 대한 오해는 상당 부분 마녀사냥식 거부감에서 비롯된다. 과학자들은 이를 바로잡을 의무가 있다. 내가 영화를 보며 맛있게 까먹은 고구마가 실은 천연 GMO인 것을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키워드 정보] 유전자 재조합 생물체(GMO)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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