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非違)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들의 비리를 감찰하는 기관이다. 작년 3월 출범한 특별감찰관은 이제껏 공식 활동을 벌인 적이 없다. 그런데 하필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감찰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민정수석이 특별감찰관의 첫 번째 감찰 대상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됐다.
우 수석 관련 의혹은 그의 처가가 2011년 넥슨 측에 서울 강남역 부근 땅을 1326억원에 판 것이 넥슨의 배려가 아니었는지, 또 그 과정에 우 수석의 측근인 진경준 검사장이 개입하진 않았는지 하는 의심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사건이 굴러가면서 우 수석 아내가 농지를 사들인 후 골프장 직원들을 동원해 관리했다는 농지법 위반 의혹을 시작으로 가족 회사를 통한 배임·횡령 의혹, 우 수석 의경 아들의 특혜 의혹 등 본인과 가족에 관련된 불미스러운 얘기가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지경이 됐다.
특별감찰관은 관련법상 대상자의 현직(現職) 시절 비리만 감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2011년 이뤄진 처가 땅의 매매 의혹에 대해선 조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의혹의 핵심은 지난해 진경준 검사장 승진 당시의 검증 부실이 처가 땅 매매에 대한 보답이 아니었느냐는 점이다. 그렇다면 특별감찰관은 '진경준 부실 검증'을 불러온 원인일 수 있는 땅 매매의 진실도 가려내야 한다. 계좌·통신 내역 추적과 압수 수색 등 강제 수사권이 없는 특별감찰관이 내실 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는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민정수석실의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조만간 몇몇 장관에 대한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8월엔 강신명 경찰청장, 9월엔 이인복 대법관 임기가 끝나 후임 인사가 필요하다. 수많은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 고위 공무원단 승진 인사도 민정수석실 검증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의 감찰을 받는 사람이 이 막중한 업무를 지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우 수석은 이미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차고 넘칠 만큼 민정수석으로서 자격과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처가 쪽 농지법 위반은 과거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장관 후보가 낙마(落馬)했던 사안이다. 우 수석 아들이 의경으로 511일 복무하면서 59일 외박, 85일 외출을 한 것도 많은 젊은이들과 부모들을 낙담케 한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0.001% 특권층'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우 수석을 통해 알게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다른 공직자의 도덕성과 자격을 검증하는 자리에 버젓이 버티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