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서 건진 보물 '신안선'… 전모를 드러내다

조선일보
  • 허윤희 기자
    입력 2016.07.26 03:00 | 수정 2016.07.26 10:54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유물 2만점·동전 1t 최초 공개… 수장고 옮겨놓은 듯한 3부 압권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전시장을 가득 채운 신안선 유물들. 출토 상태를 재현해 펼쳐놓은 도자기들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남강호 기자
    1323년 중국 저장성 경원(현재 닝보)에서 거대 무역선 한 척이 기세등등 닻을 올렸다. 최대 길이 34m, 폭 11m, 중량 200t급에 달하는 초대형 선박이다. 수출용 고급 중국 도자기와 칠기, 금속공예품을 잔뜩 싣고 일본 하카타(博多)항으로 향하던 배는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다. 아마도 태풍 같은 기상재해를 만났을 것이다.

    서해안 갯벌 깊이 파묻혀 있던 선박은 650년 만에 잠을 깼다. 1975년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작업하던 어부의 그물에 청자 꽃병 등 도자기 6점이 걸려 올라왔다. 이듬해부터 수중 발굴이 시작됐다. 11차례 조사를 통해 유물 2만4000여점과 28t에 달하는 동전 약 800만개가 나왔다. 우리나라 수중고고학의 효시가 된 보물선, 신안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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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t분량의 동전 꾸러미 70개를 바닥에 깔았고, 뒤에는 자단목과 도자기를 겹겹이 쌓았다. /남강호 기자

    바다에서 건져 올린 보물선의 실체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에서 26일 개막하는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 특별전은 신안선의 전모를 처음으로 생생히 공개한다. 막대한 물량의 전시 유물 앞에서 입이 떡 벌어진다. 유물 2만점, 동전 1t이 넓은 전시장을 꽉 채웠다. 박물관 특별전 역사상 가장 많은 수량의 전시다. 이영훈 관장은 "신안선 발굴품 가운데 전시 가능한 유물은 다 나왔다. 그간 5%만 공개됐던 신안선 유물의 전모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했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선 신안선에 담긴 당대의 문화 기호를 읽는다. 당시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중국적 취향을 보여준다. 특히 일본 상류층 사이에선 차 마시고 향 피우고 꽃 구경하는 문화가 인기를 끌었다. 모란·넝쿨무늬 가득한 큰 청자 화병, 청백자 솥모양 향로 등 원나라 명품 도자기를 볼 수 있다. 2부에선 신안선이 닻을 올린 닝보항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14세기 교역 활동을 조명한다.

    압도적인 전시 물량에 입이 떡 벌어진다. 수장고를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놓은 듯 하다. 출토된 송, 원나라 도자기들이 진열장에 층층이 쌓여 있다. /남강호 기자
    하이라이트는 수장고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3부. 산더미 같은 중국 도자기를 진열장마다 층층이 쌓았고 1t 분량의 동전 꾸러미 70개를 바닥에 깔았다. 발굴된 도자기 2만여점 중 중국 저장성 용천요 생산품이 60%를 이룬다. 고려청자 7점도 함께 발견돼 고려청자가 14세기 동아시아 주요 교역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발굴 당시 배 바닥에는 귀한 자단목(紫檀木) 1000여 본이 깔려 있었고 동전 800만개가 촘촘히 채워져 있었다. 신영호 학예연구관은 "자단목은 목질이 단단하고 잘 썩지 않아 고급가구, 불상을 만들 때 사용됐다. 인도 등에서 구입해 일본으로 수출하려던 것"이라고 했다. 동전은 서기 1세기 중국 신(新)나라 때 발행된 화천부터 1310년 원나라 발행 지대통보까지 66건 299종이 확인된다. 1000여점의 금속 공예품과 칠기, 향신료, 열매 등은 14세기 방대한 동아시아 교류 양상을 보여준다. 9월 4일까지. 성인 5000원. (02)1688-0361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진행된 신안선 발굴 도면. 신안선의 선체 모습과 배에 실렸던 각종 물건들의 배치 상황을 보여준다. 배 바닥에는 자단목 1000여 본 위에 중국 동전이 쌓여 있었고, 그 위에 도자기, 칠기, 금속 제품이 담긴 나무 상자들이 적재됐다. 자단목과 동전은 배의 무게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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